조기총선 등 향방 대통령 손에…
유로존 경제 치명타 가능성도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운데)가 20일(현지시간) 로마 상원 의사당에서 “연정 위기로 정부 활동이 손상을 입게 됐다.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콘테 총리는 연정의 두 주체인 극우 정당 동맹과 오성운동 사이에서 중립적 인사로 비교적 균형감 있게 내각을 끌고 왔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양세력의 갈등 심화로 결국 사임하게 됐다. 콘테 총리 좌우의 두 명이 알력다툼을 해온 양 그룹의 실세, 극우동맹 소속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왼쪽)과 오성운동 소속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이다. [EPA] |
서유럽 최초의 ‘극우 포퓰리즘’ 연립정부라는 기록을 남긴 이탈리아 정부가 주세페 콘테 총리의 사임 발표로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 이로써 지난 14개월 간 이어진 반체제-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의 ‘어색한 동거’는 막을 내리게됐다.
콘테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사임을 공식화하면서 연정의 종언을 선언했다. 동맹 소속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오성운동과의 이별을 선언한 지 12일 만이다.
콘테 총리는 이날 오후 로마 상원 의사당에서 열린 정국 상황 관련 연설에서 “연정 위기로 정부 활동이 손상을 입게 됐다”며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고 밝혔다.
동맹과 오성운동이 꾸린 연정의 해체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3월 총선 이후 민족주의-반이민 정책을 앞세운 동맹과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청년, 빈곤층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신생정당 오성운동은 2개월 간의 협상 끝에 ‘극우 포퓰리즘’ 연정을 출범시켰다. 당시 두 정당은 중립적 인사로 정치 경험이 전무한 법학자 출신 콘테 총리를 정부 수반으로 낙점했다.
하지만 부유한 북부를 대변해 온 동맹과 남부 지역의 서민층을 지지기반으로하는 오성운동의 ‘동거’는 순탄치 않았다. 두 정당은 자치권 확대와 감세, 사법 개혁, 인프라 건설, EU와의 관계 설정 등을 놓고 거듭 대립했다. 그러다 지난 8일 동맹이 추진해 온 리옹(프랑스)-토리노 간 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상원 찬반 표결에서 오성운동이 반대표를 던졌고, 살비니 부총리는 연정 붕괴를 선언하며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이제 공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손에 넘어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타렐라 대통령이 21일부터 곧바로 각 당 대표들과 함께 새 연정 및 내각 구성 가능성 타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 연정 구성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은 조기 총선 실시를 결정할 수 있다.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면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가 실권을 장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동맹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이탈리아 선거에서 강경 난민정책을 앞세워 34.3%를 획득,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대통령이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경우 결과는 온건 성향의 정부 출범으로 마무리될 공산이 현재로선 크다. 오성운동 지도자 일부를 포함한 ‘살비니 반대파’들이 새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중도 좌파인 민주당과 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주요 외신들은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돈은 곧 유럽 정치권의 위기라고 해석했다.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럽권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트릴 경우, 불황 신호가 짙어지고 있는 유로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콘테 총리의 사임 발표는 국가를 초월해 지역 전체의 정치적 위험을 증대시킨다”면서 “특히 유럽 시장은 정치적 예측 가능성이 결여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고 밝혔다.
연정 붕괴가 성장 모멘텀을 잃은 이탈리아 경제를 악화시킬 공산도 크다. 데카 은행의 우베 마더러는 “이탈리아의 상황은 계속 완전히 엉망진창”이라면서 “현재로선 아무런 긍정적인 것이 없으며 유일한 것은 유럽중앙은행의 부양책 발표뿐”이라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