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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미성년 성범죄 혐의로 수감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엡스타인 부검을 담당한 뉴욕시 수석 검시관 바버라 샘슨 박사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부검 결과,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엡스타인은 침대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슨 박사는 "부검 결과를 비롯한 모든 수사상 정보를 조심스럽게 검토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으나 검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나 판단의 근거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엡스타인은 지난 10일 오전 감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2002∼2005년 미성년자 20여명을 상대로 한 성매매 등의 혐의로 체포돼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 수감돼 심리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지난달 6일 체포된 엡스타인은 같은 달 23일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바 있다.
그는 자살 감시 대상이 됐다가 1주일 만에 감시가 해제돼 원래 머물던 특별동 독방으로 돌아와 30분에 한 번씩 담당 교도관의 점검을 받게 됐다.
그러나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해당 교도소에서 "심각한 변칙"이 있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엡스타인이 사망하기 전 이러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사법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엡스타인의 변호사는 16일 성명을 통해 "당국이 규정을 위반했다는데 반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엡스타인의 구금 환경이 "혹독하고, 심지어 중세적이기까지 했다"고 비난했다.
교도관들의 관리·감독 부실 때문에 엡스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막지 못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미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가 진행 중인 조사는 아직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부 당국자는 교도소 관계자들에 대한 FBI의 조사를 노동조합 측이 지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의 죽음은 석연찮은 정황 때문에 많은 의문을 낳았다.
보수 진영에선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 사망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했고, 진보 진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엡스타인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맞받아쳤다.
특히 엡스타인의 시신 목 부위 설골(舌骨) 등에 여러 건의 골절이 발견된 것이 의혹을 증폭시켰다.
설골의 골절은 목을 매 자살을 한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나지만, 목이 졸린 타살 희생자들에게서 더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NYT는 간수들이 발견했을 때 엡스타인은 2층 침대 꼭대기에 묶인 침대시트에 목을 맨 상태였고, 목뼈가 부러지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하게 바닥 쪽으로 무릎을 꿇은 듯 보였다고 전했다.
엡스타인 측 변호사는 검시관이 내린 결론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사망 전후 찍힌 교도소 내 영상 등을 확보하는 등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