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해 오고 있는 CNN 방송 소속 앵커와 기자들이 시민들과 잇단 언쟁과 소송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에 대해 ‘의도적 도발’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CNN방송 간판 앵커인 크리스토퍼 쿠오모. [연합] |
[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논조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CNN방송 소속 앵커와 기자들이 시민과 언쟁을 벌이거나 소송에 휘말리는 등의 수난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CNN 측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나 금전적 이득을 노리는 이들이 소속 언론인들을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CNN 간판 앵커인 크리스토퍼 쿠오모는 지난 11일 뉴욕 주 롱아일랜드 지역에서 행인과 언쟁을 벌였다가 곤욕을 치렀다.
쿠오모는 자신을 ‘프레도(Fredo)’라고 부른 한 행인에게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경멸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라며 격하게 항의했다. 프레도는 이탈리아계 미국 마피아를 다룬 영화 ‘대부’에 등장하는 무능하고 성적으로 문란한 인물의 이름이다.
문제는 쿠오모와 행인의 언쟁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됐고, 이를 리트윗한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크리스가 프레도라고 생각했다. 진실은 아픈 법이다. 저급한 CNN”라는 글과 함께 해당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재선 캠프 웹사이트에선 ‘미친 프레도(Fredo unhinged)’란 문구와 쿠오모의 사진이 찍힌 티셔츠까지 팔기 시작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CNN을 비롯한 주류 언론들을 ‘가짜 뉴스’나 “국민의 적”이라고 비난해 왔다. 주류 언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감이 지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CNN 소속 기자들은 트럼프 선거운동 현장 등을 취재할 때 경호원의 보호를 받기도 한다.
백악관 출입 경력이 있는 CNN 소속 에이프릴 라이언 기자도 지난해 8월 3일 뉴저지 주 뉴브룬스윅의 한 호텔 강연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당시 행사에서 라이언의 경호원은 이를 촬영하려는 지방 매체 기자와 몸싸움을 벌였고, 이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라이언은 상당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최근에는 뉴욕 주 남동부 새그하버의 한 주점에서 바텐더로 일하던 남성이 CNN 투나잇의 유명 진행자 돈 레몬 앵커가 지난해 7월 자신에게 모욕적 행위를 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실도 공개됐다. 레몬 측은 이런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CNN의 한 임원은 “우리는 언론인들이 일요일 오후 가족과 함께 외출했다가 은밀히 조직된 도발과 쉽게 돈을 벌려는 이들의 갈취 행위에 직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 나라의 가장 상층부가 이런 행위에 허가증을 줬다. 이는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쿠오모 역시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요즘 이런 일이 항상 일어난다. 종종 내 가족 앞에서”라면서 “나를 낚으려는 이들보다 내가 더 나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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