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日가톨릭 주교 “한일 갈등, 식민지 가해 인정않는 일본 정부에 원인”
일본주교회의 정의와평화협의회장 가쓰야 주교 담화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대신 새 법적 장치 마련” 제안
“日사회, 반한 시각 경도…선동에 현혹되면 안돼” 조언
일본가톨릭주교회의 정의와평화협의회장인 가쓰야 다이치 주교(삿포로교구장). [일본 가톨릭 삿포로교구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일본 가톨릭의 한 고위 성직자가 최근 “한일 갈등의 원인은 과거 식민지 지배 관련 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부터 ‘한일 경제전쟁’을 통해 파시즘에 가까울 정도로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천주교 측 인사여서 이 같은 발언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가톨릭 대표 단체인 주교회의의 정의와평화협의회장인 가쓰야 다이치(勝谷太治·삿포로교구장) 주교는 한국의 광복절이자 성모승천대축일의 전날인 지난 14일 담화를 통해 “현재 일본과 한국 간 긴장이 심층적으로는 일본의 조선반도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그 청산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고 남겨진 문제에 원인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쓰야 주교는 갈등의 원인으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꼽았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식민지 지배 역사에 대한 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자세와 이에 분노하는 피해 국가, 한국인들 마음 사이에 벌어진 틈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관계의 중심에 박혀있는 가시인 식민지 지배의 책임에 관한 애초 합의가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에 들어있지 않은 것, 이것이 한일 관계 교착의 근원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쓰야 주교는 “(한일)기본조약이나 청구권협정에 집착해 해석의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면 한일 간 진정한 우호 관계를 쌓아 올리기 위해 명확한 ‘식민지 지배의 청산’을 포함하는 새로운 법적 장치를 만드는 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가쓰야 주교는 모국인 일본에 대해서도 고언했다. 그는 “일본의 많은 매스미디어는 정부의 말을 크게 전하지만 한국의 주장에 대해서는 무시하기 일쑤”라며 “그 결과 일본 사회 일반의 시각은 한국 정부 비판으로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리를 식별하려면 교류와 선을 촉진하는 것과 그 반대로 고립과 분열과 적대를 가져다주는 것을 가려내야 한다’고 깨우쳐 주셨듯 우리는 선동에 현혹되지 않고 정보 진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눈을 떠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가쓰야 주교는 양국에 대화를 주문했다. 그는 “일본이 과거 침략하고 식민지 지배를 한 역사를 가진 나라에 대해서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문제 해결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기초로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대화하는 것 이외의 길은 없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일 양국 정부가 함께 지혜를 짜내 이항대립(二項對立·두 가지의 대립적 요소가 한 짝을 이루는 것)의 악순환을 벗어나 망가진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끝을 맺었다.

k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