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왕립음악원 졸업후 본격 활동
서울시향 퍼커션 심포지움 참석
국제 콩쿠르 최우수상 ‘어트랙션’
편곡 아리랑·클래식 등 8곡 연주
현대클래식음악의 최전선에서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퍼커셔니스트 이현지씨. 마림바를 비롯 멀티퍼커션, 비브라폰 등 다양한 타악기를 연주한다. 사진은 2019 브롬스그로브 국제 콩쿠르에서 연주하고 있는 모습. |
“바늘을 떨어뜨려도, 풍선을 두드리는 것도 클래식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웃어요. 그런데 솔로타악기 연주에서는 음악이 될 수 있거든요”
솔로타악기(퍼커션·percussion)연주자 이현지(25)씨의 설명은 거침이 없다. “이 장르가 생긴지 100년도 안됐습니다. 현대음악에서 가장 대중적 접점이 많은 악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전자음악과 함께 연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마림바, 멀티퍼커션, 비브라폰 등 이름이 다소 생소한 타악기들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이 씨는 스스로를 ‘퍼커셔니스트’로 부른다. 이름만 들어서는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할 것 같지만 오케스트라에서 작지 않은 역할을 맡고 있다. 솔로 공연을 할 때는 현대음악으로 객석과 교감한다.
영국 왕립음악원(Royal College of Music)을 졸업하고 런던에서 솔로 연주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가 한국을 찾았다. 14일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리는 2019 코리안 오케스트럴 퍼커션 심포지움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퍼커션 심포지움은 서울시향 단원들이 중심이 돼 주최하는 교육 행사로, 일반인 대상이 아닌 전문연주자들을 위한 자리다.
이번 공연에서는 총 8곡을 연주한다. 바흐 등 정통 클래식곡부터 이 씨가 직접 편곡한 ‘아리랑’, 전자음악과 함께 연주하는 곡인 ‘어트랙션(attraction)’도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특히 ‘어트랙션’은 지난 4월 모든 악기들이 모여 경쟁하는 브롬스그로브 국제 콩쿠르(Bromsgrove International Musicians Competition)에서 최우수상을 안겨준 바로 그 곡이다.
마림바가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다고는 하나, 바이올린·피아노 등 대표적 클래식 악기의 표현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타악기는 원초적 매력을 지닌다. 이 씨는 “어떤 음악과도 어울릴 수 있다는 점, 확장성이 크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특히 “타악기는 빠른 템포의 곡들과 잘 어울립니다. 어차피 현대음악은 전문적 음악가에게도 생소한 면이 있는데, 전자음악과 함께라면 누구에게나 좀 더 쉽게 다가간다”며 “다른 악기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역사가 짧은 만큼 솔로타악곡은 많지 않다. 일본작곡가 케이코 아베와 프랑스 연주자 겸 작곡가인 에릭 사뮤(Eric Sammut)가 대표적이긴 하나, 이제서야 새로운 곡들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 씨는 “연주자로 더 성장하고 나서, 악기의 성격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곡을 써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 씨는 13세에 이탈리아 타악기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영재다. 2012년엔 영국 BBC에서 주최하는 ‘올해의 젊은 음악가(Young Musician of Year)’ 프로그램에 출연, 타악기 부문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 위그모어홀에서 솔로연주를 이어가며 왕성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