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치트리엔날레 개막 3일 만에 폐쇄
본 전시 참여작가 84명 반대성명
‘전후 최악의 검열사건’ 비판고조
박찬경·임민욱 작가 작품 철거로 항의
“배타적 민족주의 촉발 신호탄” 우려
4일 일본인들이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 중단을 비판하는 시위하고 있다. [연합] |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연합] |
결론은 ‘폐쇄’였다.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그 후’전시는 개막한지 3일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명분은 관람객 안전. 트리엔날레 사무국으로 테러를 자행하겠다는 이메일과 팩스, 전화가 쏟아졌다고 했다. 그래서 전시를 중단한다는 것이 공식입장이었다.
작가들이 반발했다.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물론 트리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도 ‘검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적 거장인 ‘우고 론디노네’를 비롯한 84명의 작가가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를 발표했다. 급기야 본전시에 참여한 박찬경, 임민욱 작가는 트리엔날레의 결정에 항의하며 자신의 작품을 철거했다. 일본내에서도 비판여론이 끌어올랐다. 일본시민단체는 물론 작가들, 문인들도 연이어 반대성명을 밝혔다. ‘전후 최악의 검열사건’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스스로 자신의 명성을 무너뜨렸다. ‘표현의 자유’라는 예술에서의 절대 가치를 너무나 쉽게 저버린 댓가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는 공론장이자 예술적 실험의 난장인 비엔날레/트리엔날레의 본질을 잃어버린 관제행사로 전락했다.
예술과 검열은 오랜 테마다. 우리라고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광주비엔날레도 아이치 트리엔날레 사태를 놓고 ‘비엔날레 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며,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큐레이터의 기획의 자율성을 탄압하는 행위’라고 성명을 발표했지만,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놓고 홍역을 치렀던게 불과 5년 전이다.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그림은 내려졌고, 특별전 책임 큐레이터와 재단 대표가 사퇴한 것으로 겨우 비엔날레의 자존심을 지켰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박찬경 작가는 “배타적 민족주의로 흐르면 안되는데, 이를 촉발하는 사건이 되어버렸다. 걱정스럽다”고 했다. 임민욱 작가는 자기 작업을 거둬들이며,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검열’에 항의한 것이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일본 불매운동이 자칫 문화전쟁으로 번질까 두렵다. 이미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는 상영시기를 무한정 늦췄다. 가수 윤종신은 일본 걸 그룹 출신 타케우치 미우와 작업한 음원을 발매하려다 연기했다. 일본 도시와 문화교류 결연을 맺은 국내 지자체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레지던시, 아티스트 교류, 각종 문화제를 놓고 예정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양상이다. 최근 개막한 제천영화제도 일본영화 상영을 놓고 잡음이 일었다. 제천시의회에선 반대했지만 영화제는 예정대로 작품을 상영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일본 영화가 상영되고, 일본작가가 한국에서 전시를 하고 일본 예술가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할까. 너무나도 당연히 ‘그렇다’. 보고 있어야 한다. 한 번 더 관용하고, 환대해야한다. 적어도 문화와 예술에서 자율성은 정치마저 넘어서는 가치이기에 그렇다.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