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을 지지하는 일본 시민 400여명이 이날 저녁 도쿄 도심에서 합사 취소와 아베 퇴진을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는 모습. [MBC 뉴스데스크 캡처] |
[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돈을 달라는 게 아니에요…야스쿠니에 합사된 아버지의 이름을 그곳에서 지워 제가 당당하게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야스쿠니(靖國) 합사 취소소송 원고 중 한 명인 이병순 씨는 10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재일본 한국YMCA에서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방청객들을 향해 일제 강점기때 강제로 일본에 끌려와 숨진 뒤 야스쿠니의 영령이 된 아버지를 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에는 총 246만6000 위(位)가 명부로 합사(合祀, 여러 혼령을 모아 제사를 지낸다는 뜻)돼 있다. 이중에는 일제의 군인이나 군속으로 징용됐다가 목숨을 잃은 조선인 출신 2만1180위와 대만인 2만7864우도 본인이나 유족의 뜻과 무관하게 야스쿠니에 봉안돼 있다.
특히 일제 패망 후 도쿄 전범 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을 거쳐 교수형을 당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당시 총리 등 7명을 포함해 태평양전쟁을 이끌었던 A급 전범 14명도 1978년 비밀리에 합사 의식을 거쳐 야스쿠니에 합사됐다.
이 씨의 아버지처럼 대부분의 다른 조선인 희생자들이 당시 일제의 창씨개명 정책에 따라 일본이름으로 전범들과 함께 일본 우익 세력의 추앙을 받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에 반발해 일부 유족들은 일본 법원에 합사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여러 건 제기했지만 아직 승소한 사례는 없다.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을 지지하는 일본 각지에서 모인 시민 400여명은 이날 저녁 도쿄 도심에서 전구형 촛불 막대를 들고 거리행진을 하면서 유족들의 뜻에 따라 합사 취소를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야스쿠니 반대’ 시위에 맞서 우익 세력의 맞불 시위도 곳곳에서 펼쳐졌지만 참여자는 많지 않았다.
우익들은 대형 스피커가 장착된 차량 여러 대를 동원해 ‘때려죽이자’와 같은 섬뜩한 구호와 소음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의 적극적인 분리 작전으로 이날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시위에 동참하려고 가와사키(川崎)시에서 왔다는 사쿠라이 다카오(69) 씨는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한다”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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