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 처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난사 테러, 시 주석은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라는 또 다른 난국을 만났다.
자국 내에서 곤란한 입장에 놓인 양국 정상이 해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더욱 강경하게 대치하며 무역전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기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휴전이 불과 한달여 만에 깨진 형국이다.
중국 측은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데 맞서 ‘환율 카드’롤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중국이 광범위한 경제 대결 가운데 ‘통화 전쟁’이라는 폭발적인 새 전선을 열었다”면서 “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중대한 확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추가 관세 부과를 언급한 이후 새롭게 촉발된 미중 무역 갈등을 더 격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통화 전쟁이 미중 모두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히고, 글로벌 경제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무역 제재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에즈워 프라사드 코넬대 무역정책 교수는 “미중 무역 갈등이 통화 전쟁으로 변모하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미국이 근본적으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문을 닫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WP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지속하면서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둔화를 막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