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이어 이번엔 환율전쟁
위안화 환율 달러당 7위안 돌파
1994년후 처음…금융시장 요동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 조작국(Currency Manipulator)’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중국도 미국산 농산물 수입 금지로 맞서는 등 미국의 관세 공격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촉발된 미중 무역분쟁이 합의에 이르기는 커녕 오히려 격화하면서 환율전쟁으로 치달아 전면적 경제전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덩달아 글로벌 금융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관련기사 2·3면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5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지시간으로 5일(미국시간 4일) 홍콩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난데 따른 것으로 미국은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임의로 떨어트려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상쇄하려고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포치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서에서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면서 “중국이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이고 큰 규모의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용이하게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고 비난한 뒤 나온 것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환율 저평가 및 지나친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하게 되며, 1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 기업 투자 시 금융지원 금지,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환율 압박, 무역협정과 연계 등의 제재를 부과한다. 이번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은 무역전쟁의 환율전쟁으로의 전선 확대와 함께 분쟁의 장기화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중국에 대한 즉각적인 처벌이 뒤따르지는 않겠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웨스트팩의 환율 전략가인 리처드 프라눌로비치는 “이는 무역 전쟁의 또다른 격상이며, 시장에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주식 시장의 약세와 안전한 피난처로 자산 쏠림 등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체탄 아히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 노트에서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려 미중 무역전쟁이 더 격화되면 향후 3개 분기 내에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져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