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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한빛의 현장에서] 부르는게 값?…미술품 가격산정, 그 미스터리
수요·공급 논리로 설명 안되는 시장
미술시가감정協 ‘가격결정 모형’ 발표
작업 경력·학업 특성 등 점수로 환산
“모형은 모형일뿐 만능 공식은 없어”

세상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미술품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남성 소변기를 뒤집어 놓았을 뿐인데(마르셸 뒤샹, 샘)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값어치 있다고 한다. 이른바 ‘상어 피클’로 불리는 포름알데히드에 절여진 상어(데미안 허스트, Beautiful Inside My Head Forever)는 2008년 960만 파운드에 팔렸다. 재료비만 따진다면 2~3천만원이 들었을까 싶은데, 100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이쯤 되면 원가에 인건비, 유통비, 마진을 더해 가격을 매기는 전통적 가격결정 방식이나,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는 설명이 안된다. 부르는 게 값이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 사가는 시장이다. 개인의 판단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훗날 시간이 판단한다. 그렇기에 미술품 가치의 가장 핵심으로 ‘작품성’을 꼽는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통용되는 ‘프리미엄’의 개념과도 살짝 다른, 성장 가능성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현대미술이 어렵게 느껴지고 또 흥미로운 지점이다.

미술품가격의 시가감정을 위한 모형과 매뉴얼이 탄생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한국미술품시가감정을 위한 모형과 매뉴얼’을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작가의 작업 경력·학업 특성·전시 활동·사회 인지도의 4개 항목을 정량 평가해 해당 작가의 통상 가격을 산출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2018년 KIAF 전경. [헤럴드DB ]

최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미술품 가격 결정 모형’을 발표했다. 작가가 일정한 기준 없이 동년배 유사한 학력을 지닌 작가들의 가격작품을 참고해 매기는 방식이 아니라, 지난 30년간 모은 가격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가격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협회에서는 작업 경력 기간, 학업 특성, 전시 활동, 사회적 인지도, 시장성(환금성·선호도), 작품성 등을 점수로 환산해 작가 통상 가격을 산출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없는 신진작가나 무명작가에게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제 더이상 미대를 나왔는지 안나왔는지, 대학원까지 수료 했는지 안했는지, 10년을 했는지 20년을 했는지, 유화인지 한국화인지에 따라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싸봐야 500달러대에 판매한 카우스(KAWS)의 피규어가 2차시장(옥션)에서 수백만원에 거래되는 것이 그 증거다. 게다가 미디어아트와 장르 구분이 애매한 설치, 장소 특정적 작업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다.

미술품 감정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세계적 기관인 소더비스 인스티튜트의 앤 마리 리차드 파인아트앤디자인 디렉터는 시가감정에 대해 “아트넷이나 아트세일즈인덱스, 아트프라이스 등에 공개된 작가 가격을 참고하고, 작품 컨디션, 제작년도, 소장이력 등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팩트’다. 실제로 얼마에 어디서 거래됐느냐 하는 것. 물론 이것도 참고용일 뿐이다. 시장에서의 가격은 또 다르게 움직인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된 마르셸 뒤샹의 샘. [헤럴드DB]

갑자기 핫 이슈가 된 ‘미술품 가격 결정 모형’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의 소장작품 가격을 재평가 하기 위한 용역에서 탄생했다. 미술은행 측은 2005년 이후 한번도 평가하지 않았던 작품 650여점에 대해 최초 구입 가격과 비교하기 위한 평가보고서 제출을 과업으로 내걸었다. 미술은행측은 “미술은행은 작품가의 1~1.5%(월)를 대여료로 받고 작품을 빌려주고 있다. 구매 10년이 지난 작품의 재평가를 통해 잘 구입 한 것인지, 대여작품 가격기준이 합당한 것인지 검토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회에서 제시한 모형의 적용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겨우 작품가의 1%대를 대여료로 받는데 굳이 소장품을 재평가 해야하는가도 의문이지만, 세금으로 구매하는 것이니 재평가의 필요성은 일부분 합당해 보인다. 그러나 모형은 말 그대로 모형일 뿐이다. 시장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만능 공식은 없다. 결국 그 빈 공간을 매우는 건 전문가의 견해, 다시 말해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정부미술은행의 근무인원은 고작 10여명에 불과하다. 관리하고 있는 소장품수는 6000점이 넘는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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