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서 불만 의견 나와
후속인사 내년초로 빨라질 듯
[연합] |
[헤럴드경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명된 후 60명 넘는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면서 윤 총장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일선 검찰청 차장·부장에 해당하는 고검검사급 인사가 발표된 이후 지난 2일까지 사직한 검사는 25명에 달한다.
과거에도 한직인 고검으로 밀려나거나 검사장 승진을 바라보기 어려운 자리에 배치되면 사표를 내는 검사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한 자릿수에 그친 점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6일 검사장 승진·전보 인사를 전후해 사의를 밝힌 경우까지 포함하면 윤 총장 지명 이후 이번 인사철에 조직을 떠난 검사가 60명을 넘는다.
일선 검사 상당수는 이번 인사를 정치적 사건의 처리방향에 대한 일종의 '시그널'로 여기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지휘한 부장·차장·검사장이 대거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기 때문이다.
환경부 사건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권순철 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에서 2년째 탈락하고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받자 "인사는 메시지"라며 사표를 던졌다. 수사 실무를 책임진 같은 검찰청 주진우 형사6부장도 안동지청장 발령에 "제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다"며 사의를 밝히면서 조직이 크게 술렁였다.
신임 검사장과 서울중앙지검·대검·법무부 핵심 요직에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대거 발탁된 것도 '비주류' 검사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증폭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함께 한 검사들을 중용했다. 이들이 이번 정기인사에서 대거 검사장으로 승진하거나 대검 등지의 주요 보직을 맡았다.
대검 지휘부와 법무부는 '코드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 2년 넘게 계속되는 적폐청산 수사를 차질없이 마무리하고 이들 사건의 공소유지 부담까지 고려한 인사라고 밝혔다. 업무 연속성을 염두에 뒀을 뿐 '측근 챙기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검사 인사권이 최종적으로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총장이 자신의 측근을 챙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검찰청법은 검사 인사를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도록 규정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와 관련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윤 총장이 수사에 대한 정치적 외풍을 막는 차원에서 좀 더 강하게 의견을 냈어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제기된다.
한 간부급 검사는 "정권을 상대로 수사했더라도 인사에서는 실력에 따라 배치한다는 원칙을 수십 년간 지켜왔는데 이번에 깨졌다"며 "서열은 물론 기수까지 뒤엉킨 인사가 여럿 나오다 보니 검사들이 자괴감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검사들 사표가 이어지자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일 고검검사급 26명의 전보 인사를 추가로 냈다.
검사장 승진과 중간간부 전보 인사는 통상 1년 주기로 실시된다. 그러나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쇄신하고 검사들을 다독이기 위해 다음 인사를 내년 초쯤으로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무부는 지난달 검사장급 이상 승진·전보 인사에서 대전·대구·광주고검에 차장만 배치하고 고검장은 공석으로 뒀다. 고검장 승진과 이에 따른 연쇄 발탁인사 요인을 남겨둔 셈이다.
검찰 인사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인사를 둘러싼 잡음과 무관하게 검사장 인사 때부터 내년 초 후속 인사를 염두에 두고 몇 자리를 비워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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