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과 만나 "대공용의점 없다" 설명
-수상한 北어선 행적에 의혹 쏟아졌지만
-군의 적극 해명에도 납득 어려운 점 많아
지난 27일 밤 동해 NLL을 넘어 28일 새벽 강원도 양양의 군항으로 예인된 북한 어선. [사진=합동참모본부]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군 당국이 “북한 어선이 지난 27일 동해 NLL(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어선에 대해 NLL을 실수로 넘은 것이며, 대공용의점은 없다”고 해명 발표했음에도 의문점들은 여전히 남는다.
군 당국은 29일 오후 15시 31분에 앞서 27일 우리 군에 의해 예인된 북한 어선을 북측으로 돌려보내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왜 이들에게 대공용의점이 없었는지’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다.
우리 군 당국이 동해 NLL을 넘어온 북한 어선을 예인해 합동 조사한 건 지난 6월 15일 삼척항에 스스로 무단 입항한 이른바 ‘해상판 노크귀순’ 사건 이후 처음이다. 삼척항 ‘노크귀순’은 북한 어선이 직접 항구에 들어왔기 때문에 별도로 조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우리 군이 수상한 북한 어선의 동태를 미리 파악해 해상에서 체포, 예인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사건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올해 동해 NLL을 넘어 불법조업을 하다 적발돼 퇴거조치 당한 북한 어선은 400여척(5월31일~7월28일 기준)에 달한다. 발견하면 퇴거조치가 통상적 대응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우리 군이 퇴거조치한 북한 어선 40여척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상했던 북한 어선의 행적..군 당국은 “간첩 아니다” 해명=그러나 지난 27일 밤 우리 군에 의해 발견된 북한 어선은 이와 달리 강원도 양양 소재 우리 군항으로 옮겨졌고, 국정원과 군경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들의 간첩 여부를 판별하는 정밀 합동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제기된 의혹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예인된 배는 북한군의 부업선이라는 점, 탑승자 3명 중 1명은 북한군 군복을 입고 있었던 점, NLL 월선 직전인 27일 밤 10시 15분 NLL 북방 5.5㎞(해안과의 거리 20여㎞) 지점에 한동안 정지해 있다가 엔진을 가동해 남하한 점, 밤 11시 21분 NLL을 넘은 직후 계속 남하한 점, 즉각 출동한 우리 해군 함정을 만나자 배 중간 수직기둥(마스트)에 흰 수건을 걸었으나 귀순의사를 보이지는 않은 점, 우리 군에 예인될 때까지 엔진 상태가 정상이었던 점, 해안을 따라 정남향으로 항해하면서 육지의 불빛을 확인하고 위치를 판별할 수 있었으나 “방향성을 잃었다”고 진술한 점 등은 모두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항들이다.
군 당국 또한 이런 이유로 사건 초기 해당 어선에 대해 통상적인 퇴거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우리 군항으로 예인했다.
우리 군 고속정이 이들을 찾아내 다가가 불빛을 번쩍이자, 이들 또한 불빛으로 응답해 귀순자들일 수 있다는 판단까지 했다. 그러나 막상 이들을 심문하자 귀순 의사 여부에 대해 “아니요, 일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올해 북한 어선의 동해 ‘출몰’이 잦은 이유에 대해 군 당국은 올해 동해 NLL 일대에 오징어 어장이 형성된 것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이 이번에 예인한 북한 어선을 직접 살펴본 결과 배 안에는 고기잡이를 위한 각종 어구와 잡힌 오징어 약 20㎏ 등이 발견됐다.
배 크기는 ‘노크귀순’ 당시의 북한 어선과 거의 같은 크기였다. 이들은 처음에 우리 군 함정이 손전등으로 신호를 보내자 불빛으로 응답하고, 흰색 수건을 내걸어 귀순 선박으로 오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귀순 의사를 묻는 질문에 “아니요, 일없습니다(괜찮습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목조목 해명했지만, 해소되지 않는 의문점들=우리 군이 이들에게 왜 대공용의점이 없는지, 즉 이들이 왜 간첩이 아닌지에 대해 해명한 내용은 이렇다.
군은 이 배가 ‘북한군의 부업선’이라는 점에 대해 “북한군의 부업선은 맞다”고 인정하면서 “북한군의 부업선은 개인이 배를 사서 월정액을 상납하고 나머지를 이익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탑승자 3명 중 1명이 북한군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군복을 입고 있던 자는 선장으로, 아내가 장마당(시장)에서 군복 무늬의 천을 사서 직접 옷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NLL 월선 직전인 27일 밤 10시 15분 NLL 북방 5.5㎞(해안과의 거리 20여㎞) 지점에 한동안 정지해 있다가 엔진을 가동해 남하한 점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이 없었다.
‘밤 11시 21분 NLL을 넘은 직후 계속 남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북한 어선이 GPS(위성항법장치) 없이 나침반에 의지해 해안에 보이는 불빛을 원산항으로 인식하고 통천항으로 가기 위해 계속 남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즉각 출동한 우리 해군 함정을 만나자 배 중간 수직기둥(마스트)에 흰 수건을 걸었던 것’에 대해서는 “이들이 항해 중 큰 배를 만나거나 할 때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흰 수건을 건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통상적으로 북한 어선이 마스트에 흰 수건을 달면 귀순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이번 군의 설명은 그런 통상적인 인식마저 뒤집은 것이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