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공개해줘서 고맙다”, “경찰 조사 말고 사건 수사부터” 목소리
일각에서는 ‘고무줄’ 흉악범 신상공개 인권침해 소지 비판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제주도에서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 씨의 체포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의 알권리와 공익을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는 의견과 수사 과정 공개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부딪힌다. 특히 체포 영상을 공개한 경찰에 대해 경찰청이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언론사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고유정 씨의 체포 당시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서 고유정은 경찰에게 “왜요? 그런 적 없는데”라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이 영상은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이 언론사에 제공해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박 전 서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체포 당시 영상을 개인적으로 공개한 건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적 차원에서 당연한 결정이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직장인 장모(38) 씨는 “영상을 보고 뻔뻔한 모습에 더 화가 났다”면서 “이미 얼굴도 공개됐는데 체포 영상 공개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sai***)은 “영상 제공은 규칙위반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반드시 공유해야 될 중요한 참고자료”라면서 “거짓진술로 일관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자료”라고 영상 공개를 두둔했다. 또 누리꾼(ros***)는 박 전 서장 조사에 대해서 “경찰이 이런 건 빠르다. 수사를 그렇게 빠르게 했어야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여론에 휩쓸려 피의자의 정보가 쉽게 노출되는 것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유모(31) 씨는 “인권에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흉악범에 대한 수사 과정 공개가 너무 여론에 따라 좌우되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입건이 됐다’, ‘기소가 됐다’는 ‘사실’만 가지고 ‘피의자가 범인이다’라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개인정보에 민감하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조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린다. 우선 고유정에 대한 신상공개 결정이 된 사안이라, 이에 대해 추가 영상을 공개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유정의 경우 신상공개위원회에서 결정이 났다”며 “큰 원칙으로 신상공개를 결정했으니, 구체적 실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개한다는 세세한 조항들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사 담당하는 경찰의 판단에 따라 하는 걸로 본다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공표가 된 사실이기 때문에 영상공개는 지엽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보규칙에 반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갑채우는 모습 이런게 피의자 인권에 반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건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며. “경찰이 고유정을 빨리 검거했음에도 현장 보전 문제 등 여러가지 쏟아지는 비난들이 있으니까, 고유정이란 사람이 범죄지능이 상당히 높은 사람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영상을 공개한 것 아닌 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청 훈령은 ‘사건 관계자의 명예·사생활 등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내용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수사사건 등 내용을 공표하거나 공개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도 있다. 범죄유형과 수법을 국민에게 알려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나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로 인하여 사건관계자의 권익이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일부 정보를 공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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