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캐나다·미국 등으로 이민 문의도 급증"
홍콩 '백색테러' 규탄 시위대를 구타하는 경찰.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정국이 이어지자 불안감을 느낀 홍콩인들이 싱가포르 등 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지난달부터 홍콩 내 부동산 중개업체나 교육 컨설팅업체 등에 싱가포르 이민이나 부동산 투자, 유학 등을 문의하는 전화나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업체 '오렌지 티&타이'의 임원 클래런스 푸는 "지난 두 달 간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를 묻는 홍콩인들의 문의가 이전보다 30∼40% 늘었다"며 "최근 시위 사태가 분명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제학교 ISS는 최근 두 달 새 자녀 입학과 관련해 문의하는 홍콩인들의 수가 올해 초보다 50∼60% 급증했으며, 실제로 입학하는 홍콩인 학생의 수도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홍콩 재벌과 부자들,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 내 자금을 빼내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홍콩 재벌은 로이터통신에 "홍콩 씨티은행 계좌에 있던 돈 중 1억 달러 이상을 싱가포르 계좌로 옮겼다"며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동아시아 금융 중심의 자리를 놓고 홍콩과 경쟁하는 도시이다.
보유하는 금융자산의 규모나 글로벌기업 아태본부 유치 건수 등에서 아직 홍콩이 싱가포르를 앞서지만, 최근 홍콩의 정국 불안 속에서 싱가포르가 상대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분위기이다.
권위주의 체제하의 정국 안정과 양호한 치안 수준 외에 홍콩보다 상대적으로 싼 싱가포르의 주택 가격 등도 매력으로 꼽힌다.
홍콩의 아파트 가격이 평(3.3㎡)당 1억원을 훌쩍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으로 뛰어오르는 바람에, 같은 돈이면 싱가포르에서 홍콩의 두 배가 넘는 면적의 주택을 살 수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 정국 속에서 싱가포르가 아닌 다른 나라로 이민 가려고 하는 사람들도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는 존 후는 "최근 두 달 새 이민 문의가 이전보다 두 배로 늘었다"며 "홍콩인들이 많이 이민 간 호주, 캐나다, 미국 등이 인기 국가로 꼽히며,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홍콩 시민 중 수십 명이 경찰의 체포를 피해 대만으로 피신해 정치적 망명을 모색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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