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소적 불소 주입을 통한 초고속 그래핀 성장 원리.[IBS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기존보다 3배 빠른 속도로 그래핀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펑딩 그룹리더팀이 중국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불소를 주입해 기존보다 3배 빠른 속도로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최고속도다.
원자 두께의 2차원 소재는 얇고 잘 휘면서도 단단한 특성을 지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크게 만드는 것이 난제다. 대면적 제작에 성공한 물질 자체가 드문데다, 대면적화에 성공하더라도 긴 제조시간으로 인해 사실상 상용화는 어려웠다.
물성이 우수한 2차원 소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조시간 단축이 급선무다. 지금까지는 원료물질을 바꾸거나 온도를 조절하는 등 제조환경 자체를 바꾸는 방법이 시도됐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그래핀의 성장을 완전히 제어 할 수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공동연구진은 그 해결책으로 불소에 주목했다. 전기음성도 전기음성도가 높아 반응성이 좋은 불소를 합성 과정에 적용하면 2차원 소재의 빠른 합성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불소기체를 곧바로 주입할 경우 반응성이 큰 불소가 다른 물질과 결합해 독성물질을 생성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공간적으로 제한된 부분에서만 국소적으로 불소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진은 대표적인 2차원 도체물질인 그래핀 성장에 불소를 적용했다.
연구진은 금속기판으로 불소를 함유한 금속불화물을 사용하고, 이 위에 얇은 구리 필름을 올린 형태의 기판을 제작했다. 그리고 온도를 높여 불소가 금속불화물로부터 방출되게 했다. 불소는 금속불화물과 구리 필름 사이의 10~20㎛(마이크로미터)의 매우 좁은 공간에서만 머물게 된다. 불소가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도록 일종의 장벽을 세워 가둔 것이다. 이 틈 속에서 불소로 인해 메탄가스는 더 분해가 쉬운 형태의 기체로 바뀌고, 최종적으로 그래핀은 더 손쉽게 원료인 탄소를 얻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새로 개발된 기술은 그래핀을 분당 12㎜의 속도로 빠르게 성장시켰다. 이는 지금까지 보고된 그래핀 성장 최고속도였던 분당 3.6㎜ 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대표적인 2차원 부도체 물질인 육방정계 질화붕소와 반도체 물질인 텅스텐이황화물 성장에도 적용해본 결과, 그래핀과 마찬가지로 주입된 불소가 성장속도를 크게 단축함을 확인했다. 불소가 다양한 2차원 소재들의 성장속도를 가속하는 상용화의 열쇠임을 증명했다.
펑딩 그룹리더는 “2차원 물질의 성장과정에서 불소를 국소적으로 주입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던 성장속도 문제를 해결했다”며 “불소와 같은 반응성이 좋은 물질들로 다양한 2차원 물질을 더 향상된 속도로 합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 7월 16일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펑딩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IBS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