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순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2020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인 임승순 상임위원은 15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법에 명시된 지표보다는 '경제 안정적 측면'이 주로 고려됐다고 밝혔다.
임 상임위원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해에는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그런 측면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 이번 결정에는 경제 안정적 측면이 더 많이 고려된 것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의결했다. 사용자안과 근로자안을 표결에 부쳐 사용자안을 채택한 결과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 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명시하고 있다.
임 상임위원은 "(과거에도) 노사가 제출한 안으로 결정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산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 협의 중심이고 공익위원은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구조이므로 산출 근거 제시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무역 마찰이나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등 이런 경제 여건의 내년 전망이 어둡다는 점에서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안에 더 많은 지지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또 "(소득분배 기준인)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2019년도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상위권에 들어가 있다"며 "(OECD에서) 5위권에는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상임위원이 거론한 국내외 경제 여건과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 등은 사용자위원들이 지난 3일 제8차 전원회의에 제출한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에 담긴 내용과 비슷하다. 그만큼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들의 주장에 공감했다는 얘기다.
내년도 최저임금 표결에는 재적 위원 27명 전원이 참여했고 결과는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기권 1표였다. 공익위원 9명 가운데 6명이 사용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임 상임위원은 "예년과는 달리 올해에는 표결 직전에 공익위원 회의를 하지 않았다"며 "아마 대부분 다 자율 투표를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익위원들이 합의해 (인상률로) 몇 % 정도가 적정하다, 이런 것은 없었다"며 "어느 정도 수준에서 자기들이 적정하다고 보느냐 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도 여러 차례 했는데 심의 촉진 구간 등 수치화한 것을 공유하고 있으면 어느 사이에 노사 쪽에 나간다"며 "그래서 수치 부분은 구체적으로는 얘기를 안 했다"고 부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은 노사의 현격한 입장 차이를 좁히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익위원들은 노사가 2차 수정안도 내지 않은 상황에서 '최종안'을 요구했고 이를 표결에 부쳐 사용자의 손을 들어줬다.
임 상임위원은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 협상 구조"라며 "공익위원 중 한 분이 '공익위원의 역할은 불합리한 회의 구조를 합리화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했는데 그 정도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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