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같은 장애를 가진 투자 사기단에 속아 100억원가량을 뜯긴 청각장애인들이 피해액을 일부라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창원지법 민사5부(최웅영 부장판사)는 '행복팀' 피해자나 숨진 피해자의 자녀 등 99명이 김모(45) 씨 등 청각장애인 투자 사기단 행복팀 간부 9명을 상대로 피해액을 돌려달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99명이 청구한 69억원 중 피해가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일부 되돌려준 금액이나 형사재판 과정에서 합의금으로 지급한 금액을 뺀 59억2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기 범행을 주도한 행복팀 간부들의 불법행위로 피해가 발생해 이들이 공동으로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판결에서 인정한 피해 금액을 기준으로 행복팀에 돈을 보낸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까지 포함해 1인당 피해 금액을 산정했다.
1인당 배상금액은 적게는 38만원에서 최대 3억5천900만원까지다.
이번 손해배상 1심 판결이 확정되면 행복팀 간부들이 59억원을 배상해야 하지만, 배상액 전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수사기관이 현재까지 가압류한 행복팀 재산은 행복팀 간부 집에서 발견한 현금 6억8천만원, 추징·몰수 보전한 총책 김 씨 소유나 김 씨 측근이 탔던 외제·국산 고급 승용차 13대, 김 씨가 운영한 음료 체인점 임차보증금, 단독주택 등을 다 합쳐도 2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압류·추심명령, 경매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배분되기까지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법조계는 예상했다.
행복팀 간부들은 총책 김 씨를 비롯해 전원이 청각장애인이다.
이들은 행복팀이라 불리는 유사수신단체를 만들어 2009년∼2017년 사이 전국 청각장애인들로부터 100억원 가까운 돈을 가로챘다.
검찰이 공소장에 명기한 행복팀 투자 사기 피해 규모는 150여명, 97억원에 이른다.
청각장애인들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한다. 돈을 투자하면 몇 배로 불려주겠다"는 행복팀 간부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돈을 맡겼지만 거의 돌려받지 못했다.
형편이 대부분 어려워 돈을 빌려 행복팀에 준 청각장애인들은 상환 독촉을 받거나 압류가 들어오는 등 생활이 더 곤궁해졌다.
집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아 행복팀에 건넨 한 청각장애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원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청각장애인 복지사업은 실체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총책 김 씨가 특경법상 사기·유사수신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2018년 11월 징역 23년형이 확정되는 등 기소된 주요 간부들은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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