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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껏 전자담배 피는 ‘카페 흡연실’이 흡연자의 마지막 비상구?
전자담배 유행…카페 내 전용 흡연실 ‘베이핑룸’ 설치 한달
흡연자들 ”쾌적” “실내흡연 꼭 규제해야 하나” 목소리까지
비흡연자 반대·법령 틈새 공략·정부 폐쇄 계획…논란 소지
전자담배를 이용해 니코틴을 흡입하고 수중기를 내뿜는 ‘신종 흡연’인 베이핑이 최근 흡연자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국내 일부 카페가 ‘베이핑 룸’을 설치, 운영 중이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 전문점에 설치된 베이핑 룸. ‘전자담배 전용’이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박상현 인턴기자/poo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박상현 인턴기자]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 커피 전문점. 작은 방에 둘러 앉아 궐련형 전자담배를 하는 흡연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 중 직장인 박계현(31) 씨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강하게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전자담배가 이렇게 분리된 것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희철(36) 씨도 “담배 냄새 때문에 평소 일반 담배(연초)를 안 피운다”며 “일반 흡연실과 분리돼 냄새가 안 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작은 방 옆에는 일반 담배용 흡연실이 따로 있었다.

‘아이코스’, ‘글로’, ‘쥴’…. 얼마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또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이름들이다. 이들 담배를 이용해 니코틴을 흡입하고 수중기를 내뿜는 ‘신종 흡연’인 베이핑이 최근 흡연자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최근 일부 카페에는 베이핑 전용 공간인 ‘베이핑 룸’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베이핑 룸이 선을 보인 지 한 달가량 지나면서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흡연자들은 비흡연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반 담배처럼 냄새도 배지 않는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하지만 “담배는 담배”라며 반기지 않는 비흡연자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실내 흡연을 금지하는 현행 법령의 틈새를 교묘히 파고든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 추이. [유로파이터 자료]

▶“베이핑 룸 보고 카페 찾는 흡연자 많아”=1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16억7600만달러(약 1조9766억원)로 집계됐다. 2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아이코스’, ‘릴’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업체는 2023년 해당 시장 규모가 44억1600만달러(약 5조264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말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 ‘쥴’, ‘릴 베이퍼’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 소비자도 매년 30%이상 증가할 것으로 함께 내다봤다.

전자담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베이핑 룸을 찾는 수요는 늘고 있다. 강남구의 또 다른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직장인 허재영(40) 씨는 “커피 맛으로 카페를 가는 게 아니라 얘기하러 가는 것”이라며 “오늘도 담배 때문에 여기로 왔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한 흡연자도 “흡연 장소가 있으면 거리 흡연도 줄고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일부 흡연자는 실내 흡연실 폐쇄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에 대해 “최소한의 공간을 남겨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베이핑 룸에서 만난 또 다른 흡연자는 “흡연자들도 살아야 하지 않냐”며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수요는 고객 수 증가와 연결되고 있어 베이핑 룸은 늘어날 추세다. 바리스타 윤모(28) 씨는 “매장에 베이핑 룸이 생기고 손님들이 더 많이 오는 편”이라고 했다.

전자담배를 이용해 니코틴을 흡입하고 수중기를 내뿜는 ‘신종 흡연’인 베이핑이 최근 흡연자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국내 일부 카페가 ‘베이핑 룸’을 설치, 운영 중이다. 베이핑을 통해 전자담배를 즐기고 있는 한 여성. [AP]

▶“베이핑 룸, 냄새 나니 금연하라는 정부 입장과 반대…문제 소지”=그러나 베이핑 룸을 달가워하지 않는 비흡연자의 목소리가 만만찮다. 직장인 박모(29) 씨는 “연기와 냄새가 안 난다고 흡연 안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다른 카페가 있으면 거기로 가고 싶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직장인 김모(28) 씨도 “전자담배도 냄새가 나기는 마찬가지다. 비흡연자들은 담배 비슷한 그 향 자체가 싫은 것”이라며 “아무리 향이 안 난다고 해도 베이핑 룸 문이 열릴 때 희미하게 나긴 한다”고 털어놨다.

베이핑 룸이 교묘하게 법령의 틈새를 노렸다는 것도 문제다. 현행법이 담배를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 한정하고 있어, 담배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나 화학합성 니코틴으로 제조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실내에서 피우면 단속할 수 없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2025년까지 실내 흡연실을 전면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베이핑 룸과 상충된다. 전가은 복지부 건강증진과 사무관은 “법령상 베이핑 룸을 일반적인 흡연실과 따로 구별하지 않는다”며 “베이핑 룸도 2025년까지 폐쇄 대상에 포함된다”고 했다.

이성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하 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장도 “베이핑 룸이 생긴 이유는 일반 담배 피우는 사람 옆에서 냄새가 배지 않게 분리시켜 주겠다는 것”이라며 “냄새가 나니까 담배를 끊으라는 정부 입장과 반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베이핑 룸 같은 시설이 생기면 금연해야 하는 사람들이 금연을 안 하고 (전자담배로)대체할 것”이라며 “복지부와 개발원도 베이핑 룸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에 일부 커피전문점과 손잡고 베이핑 룸 설치를 꾀하고 있는 담배업계도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베이핑 룸 증설 계획이)아직까지는 없다”며 “커피 전문점 측에도 한 번 확인을 해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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