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지난 9일 오전 8시 25분께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지하철 안. 출근을 하고 있던 서울 방배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서동욱(37)경사 눈에 수상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서 경사 뒤에 서있던 50대 남성이 손등으로 20대 여성의 엉덩이를 툭툭 치고 있었다.
느낌이 싸했다. 지하철 내 자리가 충분히 여유가 있는데도 남성은 여성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몹시 의심스러웠지만 서 경사는 더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될 때까지 일단 신중히 지켜보기로 했다. 대신 뜨거운 눈총을 보냈다. 혹시라도 그가 성추행 목적이 있었다면 누군가 이를 보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압박이 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담해졌다. 사당역으로 넘어가면서 사람들이 몰리자 남성은 손등이 아닌 손바닥으로 여성의 엉덩이를 수차례 만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장면을 서 경사는 휴대폰을 보는 척 하며 곁눈질로 보고 있었다. 곧이어 지하철 유리로 남성이 손을 30도로 대각선으로 뻗어 여성의 엉덩이에 갖다 대고, 여성이 움찔하는 장면이 보였다. 서 경사는 ‘피해여성도 인지를 했구나’ 확신이 들었다.
서 경사는 곧바로 남성에게 다가가 “뭐하시는 겁니까”라고 물었다. 남성은 적반하장이었다. “내가 뭘 했다는 거냐”며 소리를 질렀다. 서 경사는 피해 여성에게 피해 사실을 확인한 뒤 112에 신고를 했고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여성은 피해 사실을 인지했지만 겁이 나서 주위에 알리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A(51) 씨는 지난해 7월 지하철에서 여성을 성추행 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공공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례가 있었다. 집행유예기간에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A 씨는 지하철에서 서 경사에게 “내가 집행유예 기간이니까 좀 봐달라”고 애원했다.
서 경사는 12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직업이 경찰이다 보니까 수상한 사람이 더 눈에 잘 들어왔던 것 같다”며 “사실 경찰이라면 누구라도 사건 현장을 목격했을 것이고 같은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A 씨는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우연히 스트레칭을 하다가 손등이 피해자 엉덩이를 스친 것”이라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동종전과 여부와 범죄 수법 등을 고려해 재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주거가 확실하고 도주우려가 없다며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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