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직원은 "안올라도 걱정, 오르면 짤릴까 걱정"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과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투표결과를 배경으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김유진 기자] “최저임금 가지고 정부가 뭘한다고 해도 관심 없다. 최저임금 떨어지면 그때 알려줘라. 떨어진 거 아니면 다 똑같다.”
12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시장에서 만난 김모(61) 씨는 전날 최저임금위원회가 10년내 가장 낮은 임금인상률인 2.9%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이미 가족끼리 일하고 있어서 올라도 안 올라도 영향이 없다. 일하는 사람은 벌써 지난해 줄일만큼 다 줄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영등포시장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2.9%로 의결하며 이른바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정작 자영업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체감 최저임금은 이미 1만원이 넘어갔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이라던 대통령의 공약이 물건너 갔다”며 분개하고 있다.
영등포 역 지하상가에서 커피숍과 꽃집을 함께 운영하는 정모(51) 씨는 “장사 시작한지 4년됐는데 시작하자마자 최저임금 올라서 2명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 직원을 1명으로 줄였다"며 "아르바이트 직원 출근시간도 늦췄다”고 했다. 그는 “주휴수당까지 하면 이미 체감은 시간당 1만원이 넘었다”며 “지금 평일은 9시간, 주말은 알바없이 14시간씩 일한다. 사정이 어려운 상인들은 알바생 없이 부부 둘이 나와 일하고 하루도 못쉬는 곳도 많다”고 했다.
영등포 역 인근 편의점에서 만난 이모(25)씨도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편의점이다. 평소에 아르바이트 직원을 쓸 엄두를 못내시고, 쉬지 않고 일하신다. 한달에 남는 돈이 200만원이다”며 “제가 다른데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어도 좋지만, 그렇게 되면 부모님이 못쉬어서 이렇게 나와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속에서도 진짜 오르면 해고될 수도 있다는 복합적인 감정을 토로했다. 영등포시장 역 인근의 또 다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모(23)씨는 “최저임금이 만원까지 오르면 알바생을 줄이실 수 있으니 걱정했다”며 “하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덜 일해도 지금만큼 벌 수 있어 남는 시간에 공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더 컸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대통령 공약이 물건너가게 됐다며 ‘총력투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철저히 자본 편에 서는 데서 나아가 정부가 가진 권한으로 최저임금 포기와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선언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한 결정을 넘은 경제 공황 상황에서나 있을 법한 실질적인 최저임금 삭감 결정”이라며 “‘아이 생일날 제일 작은 생일케이크를 사며 울어본 적 있는가’라는 저임금 노동자의 절규를 짓밟고 최저임금이 가진 의미를 뒤집어 끝내 자본 편으로 섰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7%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고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