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감…과거 금리인하 후 S&P 500 14% 상승
2013년, 2015년 티나 마켓과 다르다는 경계 목소리도 제기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 우려 속에서도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S&P 500지수가 처음으로 장중 3000을 넘어선데 이어 11일(현지시간)에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도 2만7000 선을 사상 처음으로 밟았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금이 주식 시장 이외에 갈 곳이 없는 ‘타나(TINA : There Is No Alternative) 마켓’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월가가 “나쁜 뉴스에 환호하고, 좋은 뉴스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며 '티나 마켓'이 펼쳐지고 있는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거래인이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2만7000을 넘어선 11일(현지시간)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EPA] |
티나 마켓은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 인하가 기대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지속적으로 몰리는 상황을 말한다. 지난 2012년과 2015년 티나 마켓이 형성되었으며, 당시 S&P 500지수는 45%에 이르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 증시가 티나 마켓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금리 관련한 연준의 입장과 주식시장의 반응을 보더라도 쉽게 파악된다.
일례로 지난 10일 공개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미국 경제 악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향해 내달렸다. 경기 악화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가 단기적으로 정당화될 것이라는 연준 의견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는 국채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트리고 증시로 자금이 몰려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 경제 상황이 좋다는 점과 미국 증시의 투기성이 낮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미 미국 선물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90%가 올해 연준이 적어도 두 번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세 번 이상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투자자들도 53%에 이르고 있다.
투자 기관인 웰스 파고의 오드리 카플란 글로벌 자산 전략가는 “1954년 이후 모든 초기 금리 인하를 살펴보면, 향후 12개월간 주식 시장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S&P 500지수는 향후 1년간 약 14% 정도 상승했으며, 16번의 금리 인하 중 13번이나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주가에 대해 투자자들의 높은 경계 심리도 티나 마켓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티나 마켓이 펼쳐지고 있다는 믿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모건 스탠리의 앤드류 시트 전략가는 “증시는 골디락스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계속 믿고 싶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 2013년과 2015년 상황과 다른 상황이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가령 1분기 실적이 발표되었을 때 월가에선 연간 전망을 낮추는데 주저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이어진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연간 전망을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고용 시장이 탄탄하지만 지난해보다 일자리 증가속도가 떨어지고 있으며, 소비자 신뢰지수 역시 높은 상황이지만 정체되어 있다는 점에서 과거 티나 마켓이 펼쳐졌을 때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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