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적용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결정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회의 마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오른쪽 부터),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류기정 경총 전무 등 위원들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대우·정경수 기자]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87%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되면서 속도조절론이 현실화됐다. 2.87%는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12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2.87%(240원)는 2010년 적용 최저임금(2.75%)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고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이후 인상률 가운데 역대 세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이던 1998년 9월∼1999년 8월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이 2.7%(40원)로 역대 최저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10년 2.75%(110원)이 역대 두번째로 낮았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게 낮아지면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들이 전년대비 크게 줄어들었다. 고용노동부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와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토대로 내년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 규모를 추산한 결과 137만~415만명으로 최저임금영향률은 8.6~20.7%로 추정됐다. 이들은 현재 임금 수준이 시급 기준으로 8590원에 못 미쳐 내년에 임금을 올려야 하는 노동자들이다. 2019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가 290만~501만명이었고, 영향률이 18.3~25.0%이었던 것에 비해 규모가 크게 축소된 셈이다.
최저임금 속도조절은 이미 충분히 예견됐었다. 고용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하고 그 원인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탓이라는 주장이 대두하자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다. 정부 내에서도 최저임금인상 속도조절 필요성이 제기됐고 문 대통령과 장관들도 여러차례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한바 있다.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문재인 정부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한다는 대통령의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2018년 최저임금(7530원)은 인상률이 16.4%였고 올해 최저임금은 인상률이 10.9%였다.
그런데 이번에 최저임금 인상률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정부 여당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이 현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도 최저임금 1만원의 공약 실현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최저임금이 당초 예상했던 인상 폭의 절반도 안되게 결정된 것은 정부가 굉장히 위기의식 갖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하향조정했는데 국내 연구기관들이 2%이하로 내렸고 물가는 디플레를 걱정할 수준이라 2021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떨어뜨린 데 이어 속도 조절까지 현실화한 만큼,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며 "노동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된다. 고용부 장관은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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