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전체가 예술 작품…도시 재생 진면목 보여줘
박 시장 “서울 벽화마을도 관광 활성화 시킬 계획”
[헤럴드경제(콜롬비아 메데진)=이진용 기자]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부산의 감천마을과 비교되는 콜롬비아 메데진시의 ‘코무나 13(Comuna 13)’을 찾았다.
이날 메데진시에서 오후 2시30분 ‘2019 세계도시 정상회의 시장포럼(WCS)’이 열리는 관계로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메데진시를 찾은 많은 다른 시장들도 이곳을 찾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삐에로 분장을 하고 서커스공연을 한 마을 공연단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진용 기자] |
수많은 인파속에 이곳 마을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지역은 해발 1800m에 달하는 고지대로 1970년부터 빈민계층이 거주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마약을 다루는 조직원들이 많아 공권력도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치안부재였던 마을이었다. 이런 마을이 2011년에 높은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해 메데진시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면서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살리기에 나섰다. 특유의 그래피티(벽화)를 집집의 벽마다 그려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여기에 여러 개의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곳마다 서커스를 비롯 댄스 또는 비보이들이 나서 공연을 하며 관광객의 눈길을 끌었다.
공연하는 이들을 실제 보니 일상처럼 자연스러웠다. 관광객과 친근하게 사진을 찍어주고 손을 흔들며 ‘올라(Hola·안녕하세요)’를 연신 외쳐댔다. 부산의 감천마을이 정적인 아름다움이라면 여기는 생동감이 넘쳤다.
마을 청년들이 비보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진용 기자] |
이 고지대 산골마을은 한 350여개 계단을 올라야 하는 곳인데 알론소 살라사르(Alonso Salazar)라는 시장이 이걸 만들면서 명소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메데진 시관계자는 “특히 그라피티 벽화가 외부 전문가의 도움없이 지역주민들에 의해서 그려진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드는 이유가 굉장히 산동네고 범죄도 많고 옛날에 특히 마약이 심했던 그런 곳인데 미술과 예술의 힘으로, 지역재생의 일환으로 이걸 이룩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이 경찰들이 추는 안무에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이진용 기자] |
박시장은 이에 대해 “메데진이 서울보다 2년 앞서 싱가폴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받은 곳으로 이번 세계도시 정상회의 시장포럼이 열리고 2년 후인 2021년에는 서울에서 열리게 돼 있다”며 “이곳 주민들이 지역상권이 살아나 좋아하고 있는 것처럼 서울 벽화마을도 지역주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 관광을 활성화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에스컬레이터는 총 6개 구간으로 나눠져 있다. 한구간을 올라갈때 마다 지역 청년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삐에로 분장에 서커스를 하는 청년들이 있는가 하면 밴드를 구성해 연주를 하는 곳도 있었다. 또 비보이 공연을 하며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곳이 관광명소로 거듭나자 거리를 배회하던 청소년들이 끼를 발산한 것. 메데진 시의 입장에서는 골칫거리 청년들을 자연스럽게 관광을 위한 공연단원을 만들수 있었고 청년 실업을 줄일수 있었다. 이뿐 아니다. 10여명씩 올라오는 관광객들에게는 관광해설사가 한두명씩 설명을 하고 있었다.
박원순 시장이 지역 주민들이 평화의 벽에 한글로 ‘평화’를 써 달라고 요청하자 ‘평화 SEOUL KOREA’란 메시지를 쓰고 있다. 이진용 기자/jycafe@heraldcorp.com |
관광객이 늘어나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카페를 만들고 식당을 만들었다. 이런 카페와 식당 또는선물용품점들도 모두 개방식으로 꾸며 이조차도 관광상품화를 하고 있었다. 특히 이발관도 있었는데 이발소의 문은활짝 열려있었으며 이발하는 사람이 거리를 바라보며 앉아서 이발을 하고 있었다. 일종의 행위예술로 보였다.
또 눈길을 끄는 공연이 있었다. 경찰복을 입고 한무리가 강남스타일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췄다. 흥이 절로 났다. 옆에 서있던 박원순 시장도 주체할수 없는 흥을 감당하지 못했는지 이곳에서 함께 춤을 추며 분위기를 맞췄다.
메데진시 아동청소년부 국장은 “여기 경찰들이 지역민들과 친밀감, 유대감 등을 형성하기 위해 이곳에서 함께 공연을 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굉장히 좋아하고 있다”고 전했다.
꼭대기 집 쪽에는 아직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주민은 “우리가 현재 200개 벽화를 그렸고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며 “오늘 그리는 벽화는 ‘평화의 벽’”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서울시장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그림 위에 한글로 평화라는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시장은 ‘평화 SEOUL/KOREA’라는 글로 화답하고 포옹했다.
6개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자 메데진시를 대표하는 두 개 축구팀이 응원전을 표방한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이어 돌아 내려오다 ‘평화의 벽’ 앞에서 뒤늦게 찾아온 페데리코 구티에레즈(Federico Gutierrez) 메데진 시장 부부를 만났다.박 시장과 구티에레즈 메데진시장은 박 시장이 쓴 메시지 ‘평화 SEOUL KOREA’에 붓으로 함께 덧칠을 하며 기념 촬영을 했다.
구티에레즈 메데진시장은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너무 행복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세계도시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관광객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코무나 13’ 지역을 오르고 있다. 이진용 기자/jycafe@heraldcorp.com |
‘코무나 13지역’을 모두 돌아본 박 시장은 “우선 이 동네의 놀라운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본래는 사실 굉장히 높은 산동네인데다가 마약이라든지 범죄가 굉장히 심각한 동네였는데 동네 주민 주도로 벽화가 그려지고 대중교통으로 엘리베이터 이런 게 설치되면서 완전히 동네가 변모하고 평화로운 동네가 되고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마을경제, 주민경제가 살아난 대표적인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라고 했다.
이어 “도시재생은 천천히 진전되고 또 그만큼 주민들에게 주변 인프라라든지 이런 것들이 제대로 쉽게 갖춰지지 않기 때문에 일부 불만은 있지만 기존 주민들을 다 몰아내는 도시개발 방식보다는 늦게 가더라도 그 지역 공동체를 보존하고 주민들의 삶이 보존되고 그러면서 오히려 이렇게 주민들이,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마을로 변할 수 있다”며 “오늘 본 메데진 마을 사례가 비록 천천히 가지만 훨씬 더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 도시재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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