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전문’ 변호사 등장…“학교 자정능력 회복 시급” 지적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학교폭력 대응에 요즘 세 가지가 요즘 빠진다. 바로 교사·학교·교육부다. 대신 변호사·법원이 꼈다.”
한 고교 학교폭력대책자문위원회(학폭위) 위원인 변호사의 말은 요즘 학폭 문제의 현실을 대변한다.
최근 학폭위 특징은 변호사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이다. 학폭위는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하는 선도절차다. 서울의 경우 11개 교육지원청에 학폭 전담 변호사를 배치하도록 하는 ‘학교폭력대책자문위원회 제도’와 대한변호사협회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은 ‘고문 변호사제도’를 통해 변호사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교의 교감, 생활지도교사, 담임교사 등으로 구성되는 ‘학교폭력전담기구’가 보호자 면담 및 조사를 통해 학폭위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학폭위의 위원 구성은 학교마다 다양하지만 3~4명의 학부모, 1명의 학교전담 경찰관(SPO), 1명의 변호사 명예교사, 생활지도교사, 교감 등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기지방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공익활동의 일환으로서 대형로펌 변호사들이 학교폭력에 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폭위 자문위원 활동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김앤장과 태평양, 광장 등은 로펌의 사회적책임(LSR)사업을 위해 설치한 ‘공익활동위원회’ 혹은 재단법인 활동의 일환으로 학교폭력에 관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경미한 사안도 법정다툼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면서 변호사의 역할이 비대해졌다는 것이다.
한 학교의 학폭위 자문위원장으로 있는 로펌 소속 변호사는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가 학폭위 자문위원을 맡고 있거나, 학폭위 개최단계에서 학부모 대리인으로 출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학폭위 징계처분은 경미하더라도 전부 기록에 남기 때문에 소송까지 불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학폭위 자문위원으로 있는 다른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과거에는 경미한 사안들은 교사가 화해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학폭위 징계는 학생부에 기재되니까 대학진학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소송을 바로 제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교육부는 경미한 학폭 징계사안(서면사과·접촉금지·교내 봉사)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이마저도 학생과 학부모간 법정 분쟁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중징계를 받은 가해자 측에서는 어떻게든 징계수위를 낮춰 기록에서 없애기 위해 불복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피해자 쪽에서는 경미한 조치에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폭 사건만 5년 다룬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교사와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학폭 사례를 보면 피해자였던 학생이 폭발해 가해자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폭력의 정도가 심해 징계를 해야 하는 사안도 있지만, 교육기관의 고유역할은 갈등조정과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마련하고 학폭위나 법정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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