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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아파트에 침입한 강도들이 돌이 갓 지난 아이를 인질로 잡고 주부를 협박해 돈을 강탈한, 그것도 대낮에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 3명이 택시에서 내렸다.

이들 중 2명은 오후 1시께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 올라가 무더위에 현관문을 열어놓은 집에 다짜고짜 들어가 흉기를 꺼내 들고 40대 주부와 16개월 된 영아를 위협했다.

범인 중 1명은 이들 모자에게 흉기를 들이밀었고, 다른 공범을 집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돌 반지 등 귀금속을 챙긴 범인들은 "2천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고 주부를 협박했다.

협박에 공포에 떨던 주부가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주자, 바깥에서 대기 중인 또 다른 공범은 통장을 받아들고 은행으로 향했다.

하지만 사용한 지 오래돼 기억이 가물가물한 비밀번호여서 범인은 몇 차례 비밀번호를 은행 인출기에서 눌렀지만, 통장은 수차례 비밀번호 입력 오류로 곧바로 거래 중지가 돼버렸다.

집에서 모자를 위협하던 강도들은 은행에 간 공범에게 출금에 실패했다는 전화를 받고 다른 방법을 찾았다.

강도들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카드사 앱을 깔아 현금서비스와 카드 대출을 받게 했다.

그런 뒤 이번에는 아이를 인질로 잡고 주부가 직접 나가 돈을 찾아오도록 요구했다.

공포에 떨며 은행으로 향하는 주부 뒤에는 공범이 뒤쫓으며 감시했다.

주부가 은행 2곳에서 각각 600만원, 900만원씩 총 1천500만원 현금을 찾아나오자 은행 밖에서 기다리던 공범이 이 돈을 낚아챘다.

돈을 건넨 주부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보니 흉기를 들이밀던 강도들은 이미 도주한 뒤였고 아이는 다행히 무사했다.

16개월 영아는 범인이 집안에 들어온 오후 1시께부터 돈을 받아 도주한 오후 3시 15분께까지 2시간여 동안 인질로 붙잡혀 있었던 것이다.

주부는 떨리는 가슴을 겨우 가라앉히고 지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지인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추적에 나섰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는 이들은 보이스피싱 도주 수법을 차용한 듯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최초 2명이 택시를 타고 도주하다, 1명만 중간에 내려 다시 다른 공범을 만나 또 다른 택시를 타고 따로따로 도주하는 등 치밀한 도주 수법을 보였다.

경찰은 이들의 도주로를 면밀 추적하는 한편, 불안을 호소하는 피해자 보호조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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