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지질공원 재인폭포가 바싹 말라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기상청이 ‘장마 시작’을 발표한지 열흘이 지나도록 장마다운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2년만에 전국 동시장마가 시작됐다’는 기상청의 지난달 26일 발표도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5일에는 장마 대신 전국적으로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이러다 비 없이 곧바로 여름 무더위가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5일 기상청은 일부 지역이 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지역은 서울, 강원도(홍천평지, 횡성, 춘천, 화천), 경기도(여주, 가평, 양평, 광주, 하남, 남양주, 구리, 고양) 등이다. 폭염 경보는 낮 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연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기상청은 지난달 26일 12년만에 전국 동시 장마가 시작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국에서 동시에 장마가 시작된 것은 1973년 기상관측 이후 네 번째다. 그러나 장마전선은 지난달 27일과 29일 남부지방에 200㎜ 넘는 비를 뿌린 뒤 한반도 이남으로 내려간 상태다.

일반적으로 장마는 첫 장맛비가 내리는 날부터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넘어 완전히 북상할 때까지의 기간을 가리킨다. 지난달 26일 이후 비는 오지 않았지만 첫 장맛비가 일부 내린만큼 폭염 속 맑은 날씨 역시 장마 기간이라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마른 장마의 원인은 장마 전선이 한반도 쪽으로 북상하지 못하고 일본 부근에 머물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6일 한반도로 북상해 전국에 장맛비를 뿌렸던 장마전선은 이후 일본 부근으로 남하한 상태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호츠크해에서 고기압이 장기간 강하게 발달하면서 장마 전선의 북상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라며 “중부 지방에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해 피해를 입었던 제주 등 남부 지역에는 이번에도 시간당 50~60mm의 강한 비가 내렸다. 짧고 굵게 내린 탓에 큰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원한 빗줄기 대신 찾아온 건 전국적 폭염이다. 기상청은 “당분간 강원 영동 지역을 제외하면 동풍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와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동풍이 백두대간을 지나며 고온건조해져 서쪽지방 기온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폭염경보보다 한단계 수위가 낮은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지역도 전국적이다. 폭염주의보는 낮 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폭염주의보 지역은 세종, 대구, 대전, 경상북도(의성, 김천, 군위, 경산, 영천, 구미), 충청북도(옥천, 보은 제외), 충청남도(보령, 태안 제외), 강원도(강원북부산지, 양구평지, 정선평지, 인제평지, 철원, 원주, 영월), 경기도(안산, 화성, 군포, 성남, 광명, 안성, 이천, 용인, 의왕, 평택, 오산, 안양, 수원, 파주, 의정부, 양주, 포천, 연천, 동두천, 김포, 부천, 시흥, 과천) 등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비소식은 다음주 중순께나 다시 찾아온다. 기상청 중기예보는 11일께 전국적 비소식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10일께 전라도와 경상도,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는 비소식이 예상되나 서울과 수도권은 오는10일까지 비소식이 없을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상했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