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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김학의 재판 시작…고소 취하 대가 '1억원 뇌물' 최대 쟁점
‘1억원 고소 취하하라’ 요구한 게 뇌물수수인지 놓고 공방 전망
제3자 뇌물 수수 혐의 깨지면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 어려울 듯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지 6년만에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의 재판이 시작된다. 1억원에 달하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부분이 검찰과 김 전 차관 측의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정계선)는 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차관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검찰이 공소사실·죄명 및 적용법조를 낭독하고, 김 전 차관 측 진술이 이어진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현금 1900만원과 1000만원 짜리 그림, 200만원 상당의 양복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차관이 성접대 의혹 무마를 위해 윤중천 씨를 시켜 1억원 상당의 채무 분쟁을 끝내도록 시킨 것도 제3자 뇌물로 구성했다. 성접대 자체도 뇌물이 될 수 있지만, 액수로 산정되는 혐의는 아니다.

이 중 1억 원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검찰의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이 부분이 무죄가 난다면, 전체 뇌물 액수가 3000만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돼 김 전 차관 사건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특가법상 뇌물 액수가 3000만원이 넘으면 시효가 10년이 되고, 액수가 1억원을 넘으면 시효가 15년까지 늘어난다.

변호사업계에선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전 차관이 윤중천 씨를 시켜 성접대 여성의 1억원 채무를 문제삼지 않도록 한 게 뇌물수수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이경의 최진녕(48·33기) 변호사는 "검찰 요직에 있던 김 전 차관이 '나를 건드리지마라'며 윤 씨에게 채무 변제받는 것을 포기하도록 한 것인데, 이게 과연 직무와 관련해 대가관계가 있는 것인지 법리적으로 잘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공무원이 직접 돈을 받은 일반 뇌물죄는 직무에 관한 것이라는 점만 인정되면 바로 죄가 성립한다. 반면 돈을 직접 받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최 변호사는 “과연 '자기 범죄 비호'가 부정한 청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제3자뇌물수수 부분이 유죄로 나올지는 상당히 쟁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부정한 청탁’이 시간적으로 먼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이 윤 씨에게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향후 청탁을 들어줄 것을 약속한 것"이라며 "김 전 차관의 경우에는 시간적 순서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향후 잘 봐달라는 게 부정한 청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도 다퉈볼 만 할 것"이라며 "검찰 공소사실 만으로는 윤 씨가 콕 집어서 어떤 사건을 봐달라고 하는게 아니라, '나한테 빚졌으니 잘하라'는 투로 말한 것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윤 씨는 김 전 차관과 성관계한 여성 A씨와 채무관계로 분쟁을 벌였다. 윤 씨가 A씨에게 전세보증금 1억원을 빌려줬는데, 나중에 A씨가 이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임의로 사용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윤 씨는 A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A씨가 성접대 사실을 문제삼을 것을 우려한 김 전 차관은 윤 씨에게 고소를 취하하도록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이 윤 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시기는 2006~2012년이다. 가장 멀리는 13년 전 금품 수수 혐의도 있지만, 검찰은 일련의 뇌물수수를 포괄해서 하나의 죄로 볼 경우 가장 마지막인 2012년을 범죄행위 종료 시점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차관 입장에서는 2012년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면 나머지 범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사업가 최모 씨로부터 총 395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역시 2003~2011년에 걸쳐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 주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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