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대법원 밖에서 이민 관련 활동가들이 인구조사 때 시민권 질문 항목을 추가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 대한 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구조사에 시민권 보유 여부 질문을 포함시키려던 계획을 결국 포기했다.
지난달 나온 연방 대법원의 불허 판결을 수용한 것이다.
미 행정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시민권 질문이 포함되지 않은 인구조사 설문지 인쇄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구조사 주무 부처인 상무부의 윌버 로스 장관은 성명을 내고 “시민권 여부를 묻는 문항이 없는 설문지를 인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스 장관은 시민권 질문 문항에 대한 의지를 여전히 굽히지 않았다.
그는 “대법원을 존중하지만, 2020년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질문하려던 나의 결정에 대한 판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내 초점은 완전하고 정확한 인구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상무부는 2020년 실시하는 인구조사에서 미국 시민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수 인종 등 사회적 소수자의 투표권 보장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등 18개 주(州) 정부는 이 질문이 포함되면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들이 답변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해 인구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원고인 주 정부들의 손을 들어줬다.
미 인구조사는 10년마다 실시되며 결과는 각 주의 연방 하원의원 수와 선거구 조정에 반영된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시민권 질문 인구조사 계획에는 정략적인 의도가 깔려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야당인 민주당 지지세가 뚜렷한 이민자들의 조사 참여를 주저하게 함으로써 연방 하원과 주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이 의석을 차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대법원 판결에서는 보수와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각각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지지로 엇갈린 의견을 낸 가운데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보 쪽에 합류해 5대 4로 연방 정부 패소 결정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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