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격화될 경우 중국 개입 빌미로 작용할 것 우려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홍콩의 주권반환 22주년을 맞아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며 입법회를 점거하고 기물을 부순 과격 시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으로 범죄인을 송환하는 법안을 반대하는 메시지에는 동의하지만,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시위대의 폭력적인 모습은 중국 본토의 개입 빌미로 작용하며 홍콩의 정치적 민주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홍콩 시민들이 지난 1일 발생한 폭력 시위의 불가피성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일부는 검은 옷을 입은 운동가들이 무정부 상태로 몰고 간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노동조합연맹의 한 간부는 "폭력이 아니더라도 분노를 표출시키는 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폭력 시위로 인한)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 가지 않기를 바랬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계에서 폭력적인 시위에 반대하는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시했다. 홍콩의 미국상공회의소는 2일 성명을 내고 시위대의 평화로운 의사 표시에 대해서는 지지하지만, 폭력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공회의소 회장은 "우리는 최근 시위대의 폭력성은 홍콩 시민들의 다양성과 선진 경제계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시위의 폭력성이 더해진 것에 대한 항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5년전 홍콩에서 학생 시위를 이끌며 '우산혁명'의 상징이 된 조슈아 웡은 "10년 징역형을 받을지도 모르는 행동을 하도록 누군가를 격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200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왔지만, 정부는 그들을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시위대가 요구했던 송환법 반대와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 붙잡힌 시위대에 대한 처벌 경감 등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위가 과격해질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일각에서는 시위의 폭력성이 확대될 경우 중국 정부의 개입 빌미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콩의 캐리람(사진 오른쪽) 행정장관이 2일(현지시간) 송환법과 관련한 입장을 기자들에게 밝히고 있다.[로이터] |
선전 대학의 송 샤오주앙 교수는 "나쁜 일은 세번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며, "만약 홍콩 자치정부가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면, 중앙 정부가 행동에 들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마카오 연락사무소는 지난 2일 웹사이트에 이번 사건을 범죄로 묘사했으며, 일국양제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그 동안 시위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던 중국 관료와 언론이 지난 2일부터 어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WSJ가 전했다.
또 홍콩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가 이뤄진 날 중국군 당국은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 연합순찰훈련 장명을 공개, 시위가 거세질 경우 무력 진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