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유공자 장손의 자녀에 대한 취업 지원 시 장손을 '장남의 장남'으로만 보는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 국가보훈처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 부친의 외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 B씨였다.
B씨는 자녀 네 명을 뒀다. 두 아들은 6·25 전쟁 때 북한으로 갔고 막내딸은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한국에 남은 자녀는 진정인 A 씨의 외할머니인 맏딸 한명이었다. 맏딸은 한국에서 진정인 A 씨의 아버지를 낳았다.
진정인 A씨는 본인이 진외조부(陳外祖父)이자 독립운동가인 B씨의 유일한 한국인 자녀인 만큼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취업 지원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가보훈처는 "장손은 사전적 의미와 사회 관습에 근거해 '장남의 장남'으로 보는 것이 원칙적인 입장이며, 장손이란 호주 승계인을 대체하는 개념"이라며 진정인을 독립유공자 장손의 자녀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헌법재판소가 '호주제는 가족 내에서의 남성의 우월적 지위, 여성의 종속적 지위라는 전래적 여성상에 뿌리박은 차별'이라는 사유로 폐지한 것에 비췄을 때 국가보훈처가 이런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해석했다.
특히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16조 2항 3호에서 여성도 장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등 '장손'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고 있어 진정인의 아버지도 독립유공자 장손으로 봐야 한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인권위는 국가보훈처장에게 "독립유공자 손자녀의 자녀에 대한 취업 지원 시 성 평등에 부합하도록 진정인 같은 경우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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