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낙하산(Golden Parachute)은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에 대응해 임기가 종료 되지 않은 경영진들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경영권 방어수단이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적은 없다. 하지만 2세대 기업 총수들의 은퇴가 잇따르면서 거액의 퇴직금이 논란이 될 조짐이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대한항공이 400억원대 퇴직금을 지급했다. 조 회장이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받은 보수는 급여 27억원, 성과급 4억3000만원이다. 급여에는 1차례의 업적급이 포함됐다.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된 순수 급여는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재직기간이 45년에 달하는 만큼 1년에 약 10억원 가량의 퇴직금이 산정된 셈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외에도 7곳의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이다. 지난해 5곳의 상장사에서 받은 보수만 107억원이다. 적(籍)을 둔 9곳에서 받은 보수를 모두 합하면 최소 15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재직기간은 한진칼과 진에어가 각각 5년, 1년이다. 한국공항과 (주)한진은 38년, 18년에 달한다. 1년에 10억원 씩이면 700억원이 넘는다. 정석기업(재직 27년), 한진관광(6년), 한진정보통신(26년)을 합하면 최대 15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조 회장 지분 상속에 따를 상속세가 1700억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그 절반 가량을 퇴직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조원태 회장도 겸임을 늘린다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을 수 있고, 5년 정도면 나머지 상속세를 모두 낼 만한 돈을 모을 수도 있다.
통상 총수일가가 아닌 임직원은 여러 계열사 일을 맡아도 보수는 한 곳에서만 받는 게 보통이다.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도 지난해 한진칼에서 5억4000여만원을 급여로 받았지만, 대한항공에서는 기록이 없다. 이 때문에 여러 계열사에서 동시에 보수를 받는 ‘연봉조공’은 총수 일가의 특권이다. 지난해 11월 은퇴한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도 계열사 5곳으로부터 퇴직금을 포함해 모두 456억원을 받았다.
‘연봉조공’의 사례는 상속세 재원을 고민하는 중견그룹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될 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재계 최상위 기업집단을 이끄는 총수들은 이 같은 연봉조공을 지양하는 모습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는다. SK와 LG 등 지주체제인 그룹에서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지주사에서만 보수를 받는다. 현대차그룹도 정몽구 회장이 등기임원 겸직을 줄이고 있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에서만 급여를 받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보수를 받는 곳은 (주)한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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