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세계의 패권은 영국 등 유럽 열강에 있었다. 하지만 1860년 전까지는 국제무역에서 중국에 열세였다. 신대륙 발견 이후 식민지 확대로 경제력이 높아졌지만, 중국산 도자기, 차, 비단 등의 수입이 크게 늘며 심각한 무역적자에 시달렸다. 중국의 비단과 도자기 제조술을 빼어 내오고, 인도에서 차를 재배했지만, 제품력에서는 열세였다. 그래서 영국이 내세운 게 아편이다. 청(淸) 정부는 아편 수입을 막기 위해 보복에 나섰고, 영국은 이를 빌미로 당시 절대적 비교우위였던 무력을 동원한다. 청의 붕괴로 중국의 영향권이던 아시아 각국은 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한다.
경제적 갈등은 정치 문제로 비화하기 쉽다. 때로는 정치 갈등이 경제문제로 포장돼 발현되기도 한다. 미중 무역분쟁은 미국의 대중무역 적자와, 중국의 기술 빼내기가 갈등의 표면적 원인이지만, 바탕에는 글로벌 패권을 두고 챔피언과 도전자간 힘겨루기다. 하루 이틀 또는 한 두 해 사이에 끝날 일이 아니다. 설령 이번 무역분쟁이 내달 G20회의에서 정상간 담판으로 봉합된다고 해도, 세계 경제 1,2위 국가간 힘겨루기는 어떤 형태로 간에 계속될 수 밖에 없다. 힘과 힘이 부딪힐 때 나타날 경제현상을 살필 필요가 있다.
갈등국면에서 통화가치는 경제의 기초가 강한 쪽에서 높아진다. 달러강세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통화강세는 채권 강세를 수반한다. 주식보다 채권으로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10년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4%로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상단(2.5%) 아래다. 이밖에 아시아에서는 일본, 유럽에서는 스위스 프랑이 경제 불안기의 대표적인 투자자 피난처다. 최근에는 가상화폐도 각광받는 모습이지만, 아직 기관투자자들에게 신뢰도가 높은 상태는 아니다.
반대로 경제 기초가 상대적으로 약한 곳, 즉 신흥국에서는 통화약세와 이에따른 외국인 자금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주식은 물론 채권가격 하락(금리상승) 요인이다. 통화가치 하락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중앙은행의 긴축 가능성을 높인다. 불안기에는 신흥국 투자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신용평가 시장에서는 비교적 선진국에 가깝지만, 글로벌 주식투자 지표인 MSCI 기준으로는 아직 신흥국이다. 중국 경제 의존도도 높아 무역분쟁시 피해가 클 수 있다, 최근 주력산업인 반도체도 부진하다. 내달 4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 여부가 확인되면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통화약세에 대비해야 한다.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은 증시 뿐 아니라 금리와 환율 시장에서도 크다. 외국인 보유 상장채권은 110조원 규모이지만, 선물시장을 통해 금리시장을 쥐락펴락한다.
인플레이션 헤지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달러와 금, 물가연동채권 등이다. 금값은 과거 달러 약세에서 오르는 경우도 많았지만, 신흥국에서는 달러 대체물이기도 하다. 실물자산도 인플레이션 헤지의 대표적인 수단이다. 주식으로는 맥쿼리인프라를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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