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본규제 족쇄에도
회장 첫해 성과 가능할수
MBK 손잡고 1차 교두보
자회사 편입방법 숙제로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제2차 세계대전 당시 초기 독일군이 펼친 전격전(電撃戰, Blitzkrieg) 당시 대세였던 종심방어 (縱深防禦) 전략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종심방어는 얇은 방어선을 여러 겹으로 깔아서 적의 공격을 둔화시키고 소모시키는 과정을 통해 전선을 유지하는 전술이다. 반면 전격적은 화력을 집중해 방어선을 돌파하고 적 후방을 교란시켜 섬멸하는 개념이다. 폭격과 포격, 기동부대, 특히 공수부대의 활용이 중요한 입체 전술이다. 약점은 보급이다. 자칫 후방에 침투한 부대의 후미가 적에 의해 차단 당할 위험이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전격전을 택했다. 우리금융은 내부자본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 표준등급법의 ‘족쇄’에 묶여 출자한도가 제한적이다. 올해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 어려운 처지다. 내년부터 자본활용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내부등급법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8개사 체제가 굳어진 신용카드 업계에서 롯데카드 같은 매물은 앞으로 나오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단 사모펀드인 MBK를 통해 교두보를 확보한 이후, 내년 이후 자본규제가 풀리면 자금을 투입해 경영권을 가져오는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인수전 참여방법은 카드사 인수라기 보다는 MBK컨소시엄에 투자은행(IB)으로 발을 담그는 모양새다. 하지만 예전 아주캐피탈을 IB투자에서 전략적투자(SI)로 전환한 전례를 볼 때 추후 경영권 인수시도를 예상할 만 하다.
손 회장의 우리은행장 임기는 2021년 말까지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2020년 3월 정기주주총회 때까지다. 이번 딜(deal)에 성공한다면 자본규제 때문에 금융지주로서 비은행 영역 확장이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꽤 큰 성과를 낼 수도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돈이다. 공수부대는 훈련이 잘 됐지만, 운용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우리은행이 돈을 잘 벌지만, 사모펀드들의 수익추구 의지는 아주 강하다. 우리금융이 얼마나 비은행 부문 확장에 갈증이 큰 지 모를 리 없다. 마침 하나금융이나 한화 등도 비은행 금융강화를 노리는 또 다른 그룹들도 적지 않다.
롯데카드의 경우 우리금융이 MBK에 대해 최소수익보장 약정 등을 맺기 어렵다. 약정이 존재한다면 추후 금융당국의 지배주주 승인 과정에서 실소유주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으로서는 MBK가 추후 하나금융 등에 롯데카드 지분을 매각하면 낭패다. 이번 딜에 성공하더라도, 비은행 영역 확장이라는 최종적인 목표를 완수하려면 묘수가 필요하다.
롯데손해보험도 사모펀드인 JKL의 인수가 유력한 상황이다. 어차피 사모펀드는 차익실현을 위해 보유지분을 되팔아야 한다. 이왕 보험업에 진출 하려면 계약자 부채 부담이 큰 생명보험보다는 장기보험을 기반으로 안정적 성장이 가능한 손해보험이 나을 수 있다.
사모펀드가 롯데손보를 인수한다면 향후 이를 되팔 때 우리금융이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롯데손보가 역시 사모펀드에 피인수된다면 추후 M&A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올 경우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롯데카드에서 ‘인연’을 맺은 MBK의 승리를 내심 바랄 수도 있겠다. 물론 MBK가 '인연' 때문에 수익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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