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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조원태, '사장' 보다 '회장'...세 가지 이점
항공사업면허 계승권 확보
계열사 경영참여 명분 갖춰

겸직시 연간보수 100억원대
상속세 재원 마련 기반구축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기원전 685년 제(齊) 양공(襄公)이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군위가 빈다. 이웃 노(魯)에 망명 중이던 이복형제 공자 규(糾)와 소백(小白)은 먼저 귀국해 군위를 차지하려 한다. 규의 참모였던 관중(管仲)의 화살을 맞고도 운 좋게 살아난 소백이 승리를 속도전에서 승리를 거둔다. 소백이 바로 춘추오패(春秋五覇)의 첫 군주인 제 환공(桓公)이다. 권력은 기반을 갖춘 자에게도 가지만, 세습체제에서는 때로 속도에 좌우되기도 한다. 이는 후에 전국을 통일한 진(秦)의 이세황제(二世皇帝)의 호해(胡亥)의 경우도 비슷하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한 지 보름 만에 아들 조원태 사장이 회장직을 계승했다. 꽤 빠른 행보다. 45세란 나이는 젊어 보이지만 구광모 LG회장 등 재계의 전례로 볼 때 이례적이지도 않다. 조 신임회장은 빠른 행보를 보임으로써 세 가지 유리함을 갖게 됐다.


우선 그룹 주력인 대한항공에 대한 지배력이다. 현행 항공사업법상 면허 보유자의 사망 시 30일 이내에 국토교통부에 피상속인을 신고해야 한다. 항공사업 면허를 상속받을 때 상속인이 2명 이상인 경우 협의에 의해 1명으로 압축해야 한다. 조 신임회장이 이른바 대표상속인이 된 셈이다.이미 지난 주총에서 석태수 부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됐다. 정관상 부회장은 사장에 앞선다. 만약 조 사장이 회장에 오르지 않으면자칫 석 부회장이 항공업 면허권자가 될 수도 있다.

둘째로 회장에 오름으로써 직접 경영에 참여하던 한진칼과 대한항공 외에 다른 계열사에 대한 경영개입 명분도 확보했다. 조 전 회장은 무려 8곳의 계열사에 임원이었고, 이 가운데 등기임원이 7곳, 대표이사가 4곳이었다. 한진그룹 각 사의 사장급 전문경영인을 총괄하려면 ‘회장’ 직함이 필요하다. 누나인 조현아, 동생인 조현민 전 대표가 지분 일부를 나눌 수는 있더라도 경영권에 도전할 여지도 크게 낮아졌다. KCGI 강성부 펀드의 한진칼 지분률이 최근 12.80%에서 14.98%로 높아졌다. 고 조 전 회장 지분 17.8%를 빨리 상속하지 않을 경우 강성부 펀드가 지분을 더 높여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가져갈 수도 있다.

끝으로 상속세 재원마련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조 전 회장의 그룹 지분을 상속받으려면 최소 1000억원 가량의 세금을 내야 한다. 조원태 신임회장이 지난해 사장으로 받은 보수는 대한항공에서 5억8251억원, 한진칼에서 5억1549억원 등 10억900만원을 받는데 그쳤다. 반면 고 조 전 회장은 대한항공 31억3044억원, 한진칼 26억5830만원, 한진 11억985만원. 한국공항 22억1430만원, 진에어 14억9600만원 등 107억1700만원을 수령했다. 회장으로써 겸직을 늘리면 보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고 조 전 회장은 대한항공 퇴직금만 6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있다. 보수를 받은 6개 계열사를 합하면 그 액수는 최소 1000억원 이상대로 불어날 수 있다. 물론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을 조 신임회장이 상속받을 때도 절반 이상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그래도 수 백 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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