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영 회장 계열 대약진
숙질간 그룹 지배력 비슷
장손 이우현 부회장 위협
“천하를 편안케 하고자 한다며 제후를 많이 세워 그 힘을 약하게 하는 것이 제일 낫습니다. 힘이 약해지면 의(義)로써 부리기 쉽고, 나라가 작으면 사심이 없어집니다”
전한(前漢) 문제(文帝) 때 가의(賈誼)가 올린 치안책, 즉 국정안정 대책이다. 전한은 고조(高祖) 이후 문제 때까지 무려 이른바 제후들의 모반이 끊이지 않았다. 중앙집권인 군현제(郡縣制)와 봉건제를 혼합한 군국제(郡國制)를 택하고 있어 자치권을 가진 큰 제후국들의 힘이 강해서다. 고조 때는 초한대전(楚漢大戰)과 대(對) 흉노전(戰)으로 군사력 키운 무장 출신 제후들의 난이 많았다. 문제 때에 이르러서는 압도적인 농업생산력은 물론 철과 소금까지 갖춰 경제력이 높아진 양자강 이남 오·초(吳楚) 지역 제후의 힘이 막강해졌다. 문제를 이은 경제(景帝) 때 오·초 7국의 난이 벌어지고, 이후 무제(武帝) 때 중앙집권이 강화되며 군국제가 폐지된다.
OCI가 간판이던 동양제철화학그룹에서 변화의 조짐이 발견된다. 이복영 회장이 이끄는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이 지배하는 군장에너지의 약진이다. 우여곡절 끝에 임명된 이미선 헌법재판관 부부가 투자했던 곳으로 최근 화제가 되기도 했다. 1,2대 주주는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지만, 이복영 회장의 두 아들인 이원준·이우성 씨가 24.38%를 보유 중이다. 열병합발전 등으로 군장산업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기업공개(IPO)가 유력하다.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기업가치가 최소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 군장에너지는 1500억원 규모로 계획했던 회사채 발행액을 3000억원으로 늘렸다. 수요예측에서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면서다. 1300억원 규모의 3년물은 2.236%, 1700억원 규모의 5년물은 2.617%로 발행금리가 정해졌다. 군장에너지는 이 3000억원으로 산업은행 담보대출을 갚을 예정이다. 산은은 장부가 9454억원의 건물을 담보로 3624억원을 연 2.84~4.27%의 이자율로 빌려주고 있다. 군장에너지로서는 담보도 해제하고 금융비용도 낮추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회림 회장은 세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줬다. 맏이 이수영 회장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동생인 이복영 회장(5.02%), 이화영 회장(5.43%)이 OCI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수영 회장의 아들인 이우현 부회장의 부친의 지분을 물려받았지만 지분율은 삼촌들과 비슷한 5.04%다.
군장에너지가 상장으로 1조원 이상의 시장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삼광글라스 계열의 시가총액이 OCI에 버금가게 된다. 이복영 회장은 OCI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차입한 돈도 거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OCI 단일 최대주주는 10.0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소액주주 6만1127명이 61.9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19일 현재 외국인 지분율(추정)은 24.3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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