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포착 직후 경고사격, 격파사격 ‘긴박한 순간’
-감사원 “보고받은 2함대사령부가 새떼라고 유도”
-보안성 우수한 군 전자광학추적장비서 중요 1분 삭제
천안함, 속초함과 같은 급의 해군 초계함인 제천함 등이 참가한 가운데 해상 기동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해군]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사건 당시 해군 속초함이 ‘미확인물체’를 포착, 추적 중 사격하는 긴급 상황이 있었으며, 이런 일련의 과정을 촬영한 영상 일부가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삭제된 영상은 1분여 분량으로 속초함이 미확인물체에 사격을 가하는 결정적 순간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삭제 이유에 대해 ‘기계 오작동’이라고 설명해 의혹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군은 1시간 분량 중 왜 하필이면 속초함이 실사격에 나선 긴급한 상황이 담긴 1분만 삭제됐는지, 군이 공표한 삭제 원인인 ‘기계 오작동’이 왜 결정적 순간을 담은 영상 부분에서 나타났는지 등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아울러 ‘기계 오작동’이 평소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현상인지, 다른 영상에서도 ‘기계 오작동’이 발생해 삭제된 경우가 있는지, 영상이 삭제된 것을 알고도 왜 복구하지 않았는지, 군 수사기관이 영상 삭제에 따른 증거인멸 혐의를 받았던 속초함 함장에 대해 왜 수사하지 않았는지 등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군 관계자는 28일 이와 관련, “해당 영상은 1시간 분량의 원본 파일에서 1분 가량 삭제됐다”며 “삭제 원인은 기계 오작동”이라고 설명했다.
◆긴박한 사격 순간 1분만 사라져=원본의 복사본에서도 1분이 삭제돼 총 2분의 영상이 삭제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기계 오작동이 왜 하필 사격 순간을 담은 영상에서 발생했는지, 이런 오작동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기계 오작동으로 영상이 지워진다는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민간에서 사용하는 휴대폰이나 캠코더, 카메라 등을 사용해 촬영한 영상에서 특정 구간의 영상이 삭제되는 오작동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민간에서 동영상의 특정 순간이 삭제됐다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삭제했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하물며 군에서 사용하는 촬영전용 장비에서 기계 오작동이 발생해 특정 부분의 영상이 삭제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천안함과 속초함은 모두 1300t급 해군 초계함으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 당시 서북도서 일대에서 속초함은 ‘미확인물체’를 발견했다.
엑조세 대함미사일을 장착한 우리 해군 초계함은 스틱스 대함미사일을 장착한 북한 고속정 견제 임무를 주로 맡았고, 작전 지역은 북측 고속정이 자주 출몰하는 서북도서 일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초계함에는 전자광학추적장비(EOTS)가 장착돼 작전 상황을 모두 실시간 녹화하고 있었다.
천안함 사건 당일 속초함은 작전 명령에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단까지 북상했다.
속초함은 그날 오후 10시 55분 사격통제레이더를 통해 백령도 북방에서 42노트(시속 76㎞)로 고속 북상하는 미확인 물체를 포착했다.
◆시속 70㎞ 이상 속도로 북상하는데 “새떼”?=속초함은 76㎜ 함포로 9.3㎞ 떨어진 물체를 향해 오후 11시부터 약 5분간 경고사격 후 격파사격을 실시했다. 실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10시 55분 괴물체 포착 직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속초함은 괴물체를 북한 반잠수정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그러나 이 보고를 받은 2함대사령부가 새떼라고 유도해 보고를 왜곡시켰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당시 감사원장이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속초함이 괴물체를 발견해 발포했고, 이를 2함대사령부에 보고하면서 속초함장과 승무원은 ‘이것은 괴물체, 나아가 북한 반잠수정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동참모본부 예규에 따라 (속초함 측은) 가감 없이 상급부대에 보고토록 돼 있지만 2함대사령부가 새떼라고 유도해 왜곡시킨 잘못을 우리가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군은 실제로 2함대사령부와 마찬가지로 당시 괴물체를 ‘새떼’라고 발표했다.
당시 국방부는 “속초함 레이더상에 포착된 물체가 한 개에서 두 개로 분리되었다가 다시 합치는 현상이 반복되고, 육지 쪽으로 사라졌다며 새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