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구축함 개발비 1조8000억, 6척 총 사업비 7조원 이상
-2018년 12월22일 대한민국 이지스 구축함 취역 10주년 맞아
-해군, 이지스함 1번함 세종대왕함 국내외 활약상 공개하기도
세종대왕함 전투지휘실에서 장병들이 전투배치훈련 상황 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해군] |
해군 국제관함식에서 세종대왕함이 해상사열하고 있다. [사진=해군]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 해군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시킨 신형 이지스 구축함(이지스함)의 핵심장비가 국산화된다.
우리 해군의 1번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은 SPY-1D 레이더 PY-1D 레이더 기반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해 유도탄, 항공기 등의 공중 표적을 최대 1000㎞ 밖에서 탐지하고 100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고, 2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이런 이지스함의 첨단 기능을 가능케 하는 핵심 장비 상당 수가 수입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앞으로 이런 장비를 국산화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이번 방추위 결정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26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6척을 해외 구매가 아닌 국내 연구개발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1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이렇게 의결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은 2020년대 후반부터 전력화된다.
방사청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은 해양 권익수호와 해양 분쟁 대응전력으로 운용할 한국형 구축함을 확보하는 사업”이라며 “(제115회 방추위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함정 건조 기간이 장기간임을 고려해 최신 기술 적용과 미래지향적인 내용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제118회 방추위에) 재상정됐다”고 설명했다.
▶“차기 구축함 사업 핵심장비 국산화 결정”=그러면서 “이번 방추위에서는 미래무기체계 도입에 대비해 확장성을 개선하고 최신 IT 기술을 적용하는 한편,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와 전투체계 등 주요 핵심장비를 국산화하는 방식으로 한국형 차기 구축함을 국내 연구개발하기로 심의, 의결했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도입 사업의 개발비는 1조8000억원이며, 양산비용을 포함하면 7조원 이상이다.
해군은 앞서 지난 22일 한국군 최초 이지스함 취역 10주년을 맞아 이지스함의 첨단 성능과 국내외 활약상, 향후 차기 이지스함 3척 추가 도입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우리 해군 첫 이지스인 세종대왕함은 1985년 한국형 구축함 사업의 일환으로 건조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다.
2004년 11월 1번함인 세종대왕함의 건조가 시작됐고, 3년여만인 2007년 5월 25일 진수식을 거쳐 2008년 12월22일 취역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5번째 이지스 구축함 보유국이 됐다.
해군은 “이지스함 보유는 한국 해군 전력증강 역사에 큰 전환점이자, 명실상부한 대양해군으로의 큰 걸음이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종대왕함은 지난 세월 다양한 임무에서 큰 성과를 거두며 한국 해군의 핵심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9년 4월5일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을 국제적으로 가장 먼저 탐지했고, 이후 북한 미사일 발사를 감시하는 주력 전력으로 활약해왔다.
2012년 12월12일 발사된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발사체가 분리돼 추락했다는 사실과 추락 지점이 어딘지까지 정확히 탐지했다. 우리 군은 이런 정보를 기반으로 발사 이틀 만에 북한 미사일 잔해를 최초로 인양할 수 있었다.
세종대왕함은 2009년 8월25일 우리나라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비행 궤적을 발사부터 지상 100㎞ 대기권을 벗어날 때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임무도 부여받았다. 2, 3차 나로호 발사 때도 같은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이지스함의 함포통제시스템(GWS)은 정밀도가 높고, 탑재한 함대지 유도탄을 이용해 지상 공격도 가능하다. 외국 해군이 참가한 다국적 연합훈련에서도 세종대왕함의 우수한 능력은 돋보였다.
세종대왕함은 처음 해군의 국제적 훈련인 환태평양훈련 훈련에 참가한 2010년 7월, 다국적 해군 함정 19척 중 최우수 함정인 ‘탑건’으로 선정됐다.
세종대왕함의 대공방어능력은 고정식 레이더에 비해 생존성이 높고 운용 폭이 넓어 공군과 합동작전을 벌일 수 있다. 세종대왕함의 항공요격통제관(AIC)은 SPY-1D 레이더로 우리 항공기를 동시 다발적으로 보호한다. 이런 능력을 발판 삼아 세종대왕함은 과거 국제 연합훈련에서 미 해군이 수행하던 해상항공지원작전본부(MASOC) 역할도 수행할 정도다.
세종대왕함의 통신체계인 링크-16(Link16) 등의 전술데이터링크(TDL) 능력으로 한미 해군의 보다 신속한 정보 교환도 가능하다. 우리 해군은 이지스함 3척을 중심으로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하고 작전능력을 향상시켜왔으며, 다국적 연합훈련에서는 해상전투지휘관(SCC)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지스함 통신체계 링크-16 성능개량 사업도 결정..예산 4000억원 배정=이번 방추위에서는 이러한 링크-16 성능개량 사업,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2차 양산계획 수정안 등도 의결됐다.
방추위는 “지난 11월 합동참모회의에서 보안관제체계 소요가 삭제됨에 따라 관련 내용을 반영해 2차 양산계획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보안관제체계란 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도청 및 감청 사업을 말한다. 기무사가 비밀리에 추진한 이 사업은 군인들이 사용하는 SNS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와 체계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방추위는 보안강화를 위해 암호장비를 교체하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링크-16’ 성능개량 사업과 관련해 신형 장비를 미국 정부로부터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구매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링크-16 관련 예산은 4000억원에 달하며, 2020년대 중반에 전력화된다.
한편, 한국 해군은 세종대왕함 취역 전에는 환태평양훈련(RIMPAC)시 3~5개국의 소규모 다국적 해군 수상전투단 지휘관 임무를 수행했으나, 2014년 환태평양훈련부터는 6~8개국 해군과 미 항공모함, 미 상륙강습함까지 참가하는 항모강습단(CSG) 및 원정강습단(ESG)의 해상전투지휘관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올해 환태평양훈련에서 항모강습단 해상전투지휘관 임무를 수행한 현 해군작전사령부 해양작전본부장 황선우 준장(진급예정)은 “1990년대 호위함(FF)을 이끌고 환태평양훈련에 참가했던 우리 해군은 2000년대에 들어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을 중심으로 다국적군 수상전투단 지휘관 임무를 수행했고, 이지스구축함 도입 후 현재는 항모강습단 해상전투단 지휘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대왕함장 이구성 대령은 “세종대왕함은 취역 후 10년간 해양수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으로 대비태세를 확립해왔다“며 “1985년 당시에 해군 선배님들께서 율곡이이의 십만양병설과 같은 혜안으로 이지스구축함 건조 소요를 제기했고, 이지스구축함 건조 사업에 대한 의지가 하나로 모아져 오늘의 해군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했다.
해군은 2020년대 후반까지 지상 150~500㎞ 고도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SM-3를 탑재한 이지스함 3척을 추가로 도입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번 방추위에서 6척으로 결정됐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