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신한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독자 국제신용등급 A등급 대열에 올랐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7일 국민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상향했다. 독자신용도도 baa1에서 a3로 조정했다. 국내 은행 가운데 독자기준 A등급 진입은 신한에 이어 국민이 두 번째다. 신한과 국민은행의 경영실력이 높아졌다는 인정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얼마나 국민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엎고 성장해왔는 지를 깨닫게도 한다.
통상 금융회사 신용도는 독자신용도와 유사시 모기업 및 정부지원(공적자금 투입) 가능성으로 구분된다. 실제 자금조달 시에는 외부지원 가능성까지 반영된 신용등급이 사용된다. 하지만 결국 금융회사의 본질적인 신용도를 파악하는 데는 독자신용도(BCA; Baseline Credit Assessment)가 중요하다.
무디스는 이번 독자신용도 상향 이유를 “보수적인 여신심사 기준을 강화해 양호한 자산건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에만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 끌어올린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독자신용도를 보면 하나은행이 Baa1,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Baa2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Baa1으로 하나와 같고 우리나 기업보다 높은 점이 눈에 띈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도 우리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농협은행을 앞서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유사시 정부지원 가능성을 제외한 자체 경쟁력은 ‘투자부적격’ 수준이다.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을 위한 여신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은행(CB)인 시중은행의 민낯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투자은행(IB)을 지향하는 증권사들은 더 하다. 증권사 단독(stand alone) 등급을 보면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증권이 Ba1이다. IB 최강자를 자부하는 NH투자증권과 신한금투도 Ba1이다. Ba1부터는 투자주의 등급이다. 삼성증권과 IBK증권이 Baa3으로 가장 높은 편이다.
은행 또는 은행금융지주 자회사들은 사실 정부 덕을 상당히 보고 있다. 등급이 높아지면 조달비용이 싸진다. 유사시 정부가 은행을 강력히 지원해야 하니 은행업 면허가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다. 외부에는 ‘장벽’, 내부에는 ‘울타리’다. 과점 시장에서는 소비자선택이 제한되니 아무래도 공급자 우위다. 은행지주들은 은행의 수익과 네크워크를 바탕으로 비은행 계열사를 지원할 수도 있다. 주인이 없는 은행지주에서 공적자금 투입 시스템은 관리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도 있다. 부실 책임을 결국엔 정부가 지기 때문이다. 최근 공적자금 투입방식이 아닌 채권자손실부담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비은행, 즉 대기업 계열에서는 지배구조가 중요하다. 유사시 직접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어려운 만큼 모기업 또는 대주주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모기업 또는 대주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서다. 따라서 재무적으로 건전한 모기업 또는 대주주가 존재하느냐가 중요하다. 금융당국이 금융그룹통합감독을 하려는 명분이다. 금융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비은행도 유사시 정부의 지원이 어떤 형식으로든 투입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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