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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신동빈의 금융철수…일본롯데로부터의 ‘독립선언’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 이후 일본에서는 양손에 칼을 한 자루씩 쥐고 싸우는 이도류(二刀流)가 유명해진다. 두 손으로 긴 장검 하나를 다루던 전통적인 방식의 변형이다. 에도(江) 막무 때는 무가제법도(武家諸法度)에서 사무라이는 타도(大刀)와 와키자시(脇差)를 함께 차고 다니도록 규정했다.

신동빈 회장이 ‘이도류’를 펼치고 있다. 롯데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와, 금산분리를 동시에 꾀하는 모습이다. 두 이슈 모두 이번 정부가 깊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다. 삼성, 현대차, 한화 등 다른 대기업집단에도 중요한 전례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지난 10월 롯데지주는 무려 2조2000억원을 들여 롯데케미칼 자회사 편입을 단행한다. 현금이 모자라 빌리기까지 했다. 롯데카드를 롯데케미칼 대주주였던 일본 계열에 넘기는 주식 맞교환을 택했다면 굳이 그 많은 현금이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이어 금산분리 방침을 공표한다.

사실 신 회장이 국내 롯데 계열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계열사간 맞교환은 금산분리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호텔롯데나 롯데물산 등이 외국인투자기업이지만 결국엔 롯데지주 아래로 편입해야 한다. 임시로 금융계열사를 이들에 넘기는 것은 미봉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백미’가 호텔롯데 상장이란 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호텔롯데만 장악하면 국내 일본계 롯데계열사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신 회장이 호텔롯데를 지배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호텔롯데 기업가치는 최소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지주가 30% 지분을 확보하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3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호텔롯데를 인적분할 해서 비용을 조금 아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 단위’ 자금이 필요하다. 그룹 핵심이 아닌 금융계열사 지분이라도 팔아야 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올 3분기 롯데카드 순자산은 2조1655억원이다. 상장사인 삼성카드는 순자산 6조8000억원에 시가총액은 3조8000억원이다. 주가순자산배율(PBR) 0.56배를 적용하면 롯데카드 가치는 1조2000억원이다. 올해를 포함한 최근 3년간 세전이익은 약 1100억원이다. 통상 사용하는 10년치 세전이익으로 따지면 가치는 약 1조1000억원이다.

롯데손해보험도 매각 대상이지만 호텔롯데가 최대주주여서 사실 롯데지주에는 돈이 안된다. 덩치가 워낙 작아 카드와 끼워팔기가 가능할 수는 있다. 롯데캐피탈은 일본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조달금리가 낮고, 한일 롯데그룹을 연결하는 자금줄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드나 손해보험업 모두 요즘 비인기다. 규제강화로 수익모델이 타격받고 있다. 1순위 후보로 거론되는 우리금융은 ‘돈 잘 버는’ 중대형 증권사 인수가 우선순위다. 다만 롯데그룹이 카드와 보험에 몰린 그룹 거래물량을 상당한 기간 동안 보장한다면 변수가 될 수 있다. 현행법상 지주사의 금융계열사 매각 시한은 최장 4년이다. 아직 꽤 넉넉한 편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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