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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싸이는 왜 국군의날 강남스타일을 불렀나
10월 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가수 싸이가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군 당국 “싸이 공연은 무상공연” 강조, 오히려 독 됐나

-선곡에 대해 軍 “알지 못해”…싸이에 전적으로 맡긴 듯

-군 당국자 “강남스타일 좀 그렇더라” 뒤늦은 아쉬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 1일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은 전례 없는 대통령 전일 행사로 치러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군전사자 유해 봉환식, 군 장병 오찬, 저녁 기념식 행사 등 하루 내내 국군의날 기념식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국군의날에 관련 행사로 하루를 온전히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규모 축소 지적도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되치기를 당했다. 군 최고통수권자가 이날 기념을 위해 온 하루를 할애한 것 자체가 이날 행사의 성대함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의 백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싸이의 공연은 ‘강남스타일’ 등 히트를 친 지 6~16년이 지난 곡들로 구성돼 미래 첨단군을 지향하는 군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1998년 이후 끝자리가 5년 단위로 끝나는 해 국군의날 기념식 때는 병력과 장비등을 동원해 시가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올해는 시가행진 없이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 형식으로 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기획했다. 

지난해 9월 28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에서 열린 제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 때 현무-2 계열 탄도미사일 등 대북 전략무기가 총동원된 것과도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올해 기념식이 이렇게 크게 달라진 이유는 첫째,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이 고조됐던 지난해와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 군사긴장 완화가 진행중인 올해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둘째, 국군의날의 주인공인 군인들이 국군의날을 맞아 진심으로 축하하는 날을 만들자는 정부 의도 또한 크게 작용했다.

특히 이날 저녁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은 과거와 비교할 때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의 대규모 병력과 무기를 동원한 무력 과시가 아닌 국군의 생일을 축하하는 축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일반 시민도 참관할 수 있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저녁 시간에 열렸고, 기념식 본행사에 연예인이 등장하는 축하공연도 마련됐다.

▶확 달라진 국군의날 기념식 행사…다양한 시도에 호평=1일 오후 6시 30분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경두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국군 및 유엔 참전용사와 일반 시민 등 3500여 명이 참석했다.

의장대 시범 등 식전행사에 이어 열린 본행사는 국민의례, 국방장관 환영사, 훈장 및 표창 수여, 대통령 기념사, 태권도 시범, 미래 전투수행체계 시연,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의 기념식장 입장과 함께 예포 21발이 발사됐고,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축하비행을 했다. 초음속 훈련기인 T-50B로 이뤄진 블랙이글스의 서울 시내 야간비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권도 시범은 1970년대 후반 군인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던 ‘늙은 군인의 노래’와 함께 시작됐다. 130여 명의 시범 장병은 태권무와 격파, 창작품새 등을 선보였다.

국군의 미래 전투수행체계를 소개하는 순서도 있었다.

군 복무 중인 가수 겸 배우인 옥택연 상병이 육군의 미래 전투체계인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하고 다른 육군 장병들과 함께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주로 육군 보병부대에 적용되는 워리어 플랫폼은 전투복, 전투화, 방탄복, 방탄헬멧, 수통, 조준경, 소총 등 33종의 전투 피복과 전투 장비로 구성된다. 육군의 소형 전술차량, 폭발물 제거로봇, 초소형 드론 등도 등장했다.

영상으로 공군의 미래 전력인 스텔스 전투기 F-35A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 등이 소개됐다. 해군의 미래 무기체계로는 무인 수상정과 잠수함 등의 모습이 엿보였다.

이어 육군 정예 장병들이 헬기를 타고 전쟁기념관 상공에 나타났다. 이들은 레펠을 이용해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으로 하강해 실전과 같은 작전을 벌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기념식 마지막 순서는 가수 싸이의 공연이었다. 2007년 병역특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싸이는 출연료 없이 국군의 날 축하공연에 나섰다.

싸이는 자신의 히트곡인 ‘챔피언’, ‘강남스타일’, ‘예술이야’ 등을 불렀다.

국군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최첨단의 미래지향적 군대로 거듭나고 있음을 온 국민이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화려한 영상쇼와 함께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군 장병들이 가상의 임무를 완수해나가는 장면은 왜 앞으로 우리 군이 첨단 미래지향적 군대로 변모해야 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줬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싸이 공연 반응은 “또 강남스타일?”=그러나 아쉬움은 남았다. 기대를 모았던 싸이의 공연이 과거 레퍼토리 일변도여서 첨단 미래지향적 군대를 지향하는 이날 행사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싸이가 이날 부른 ‘챔피언’은 2002년, ‘강남스타일’은 2012년, ‘예술이야’는 2010년 나온 노래다. 적게는 6년 많게는 16년이 지난 가요를 굳이 소환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싸이는 이날 공연 레퍼토리를 군 당국과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구성해 선보인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이날 행사에서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부른 것에 대해 “좀 보기에 그렇더라”면서 “사실 이날 공연에서 싸이가 무슨 곡을 부를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군 당국과 싸이가 공연 내용에 대해 좀 더 긴밀한 협의를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행사 전 군 관계자가 싸이에게 ‘첨단 미래군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그에 부합하는 곡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이날 싸이의 공연이 ‘깜깜이’ 공연이 되어버린 이유 중 하나는 이날 공연이 싸이의 재능기부식 무료공연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상으로 하다 보니 이날 공연의 선곡과 공연 방식 등에 대해 군 당국이 ‘터치’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군 당국은 이날 싸이의 공연이 ‘무상’이라고 강조만 했을 뿐, 이 무상 공연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었던 셈이다.

군 행사라고 해서 연예인이 무상으로 출연해주는 것이 과연 미덕인지 다시 따져볼 때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국군의날 행사 관련 예산은 70억원 가량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엄연히 국민의 세금으로 당당히 치르는 행사다. 이런 행사에 연예인의 축하공연이 필요하다면 당당히 그 비용을 지불하고 행사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매년 수십조원의 국방예산을 쓰는 군 당국이 국군의날 행사를 위해 책정된 수십억원의 예산에서 연예인 초청 비용을 아껴 과연 국가와 국민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묻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군의날 기념식을 관심 깊게 지켜봤다는 시민 A씨는 “국군의날 기념식 행사장에 해외 각 국의 손님도 초청돼 있는 것을 보니 가수 싸이의 공연이 세계인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는 획기적 공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심 있었다”며 “하지만 평이하게 진행되는 공연을 보고 ‘제발 강남스타일은 하지 말았으면’하는 기도를 했다. 이런 특별한 날 공연에서는 강남스타일 말고 다른 것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결국 강남스타일이 나오더라. 낯이 뜨거워져 TV를 꺼버렸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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