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미공군의 연합훈련 ‘2017 비질런트 에이스’에서 한국 공군의 F-15K, F-16 전투기와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 F-35 스텔스 전투기 등이 편대를 이뤄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공군] |
-한미연합훈련 통상적 시간표 따져보니…‘비질런트 에이스’ 가장 인접
-“한미간 논의 없었다“ 논란의 진원지 매티스 장관도 수위조절 나서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12월 한미공군 연합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실시설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떠돌고 있다. 그러나 30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소설 같은 이야기”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공군 연합훈련과 관련해 어떤 것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비질런트 에이스가 갑자기 주목받는 이유는 한미연합훈련의 연간 일정 때문이다.
한미연합훈련은 3월 키리졸브(KR) 및 독수리훈련(FE), 9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상반기와 하반기의 대표적 대규모 종합훈련이다. 그밖에 두 훈련 사이인 5월 한미공군 연합훈련인 ‘맥스썬더(Max Thunder)’, 6월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인 ‘케이멥’(KMEP)이 있다. 12월에는 한미공군 연합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가 실시된다.
이 중에서 올해는 3월 키리졸브 및 독수리훈련이 평창올림픽 영향으로 한 달 미뤄진 4월 실시됐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상태였지만, 이미 예정된 사안이었고 평창올림픽 일정 및 북한 배려 차원에서 한 달 연기한 사안이었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 훈련에 대해서는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미연합훈련 통상적 시간표 따져보니…=그러나, 5월 실시된 맥스썬더는 남북간에 큰 혼선을 초래했다.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에서 ‘일체의 남북 상호간 적대행위를 중단한다’는 조항에 합의한 상태에서 또다시 과거와 별다를게 없는 대규모 한미공군 연합훈련이 실시됐기 때문.
북한은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에 남측 기자들 참관을 거부하는 등 맥스썬더 실시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이번 맥스썬더 훈련에는 세계 최강 전투기로 불리는 미공군의 F-22 8대가 참가해 더 큰 논란을 빚었다. 맥스썬더 훈련에 F-22 8대가 참가한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6월 예정된 케이멥, 9월 예정된 UFG의 잠정적 중단이 결정됐다. 이제 올해 남은 규모 있는 한미연합훈련은 12월 비질런트 에이스다.
한미연합훈련 재개가 거론된다면 비질런트 에이스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 올해 남은 유일한 한미연합훈련이기 때문이다.
마침 지난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됐고, 28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나온 선의의 조치로서 가장 큰 몇몇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조치를 했다”며 “현재로서는 한미연합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이 불씨가 됐다.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미국의 군사 최고 책임자가 한 이 발언은 대북 압박 메시지로 풀이됐다.
그는 “몇몇 훈련이 중단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선의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만약 (대통령이) 지시한다면 (중단)하겠지만, 현재로선 더는 중단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논란의 진원지 매티스 장관도 수위조절 나서=일각에서는 이런 발언을 현재의 상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은 원론적 발언으로 풀이했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상당한 의미 부여를 할 일말의 여지를 찾아냈다.
잠시 후 매티스 장관은 수위 조절에 나섰다.
그는 “(북미)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미래를 계산해 보겠다”면서 “협상을 지켜보자”라고 말했고, 내년 UFG 훈련 실시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며 “국무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논란이 불거진 당일 청와대와 국방부 등 우리 정부도 “현재로서는 한미가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날 매티스 장관은 다시 한 번 성명을 내고 한미연합훈련 중단 여부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발을 뺐다. 전날 자신의 원론적 발언이 예상 외의 파장으로 번지자 적극적으로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들은 이런 상황에서 12월 비질런트 에이스 실시설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다.
한 소식통은 “백 번 양보해 비질런트 에이스 실시 가능성을 거론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정부간 논의도 안 된 사안을 마치 실시되는 것처럼 확정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