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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우병우와 기무사의 공통점?
-국방부-기무사의 진실공방 프레임이 노리는 것
-‘진실공방 프레임’ 전환을 통한 논점 비틀기
-송 장관의 고강도 개혁 추진에 최후의 저항?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란이 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육군 대령인 민병삼 국방부 기무부대(100부대)장의 충격적인 하극상 설전이 25일 2라운드를 맞았다.

기무사의 반격으로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논란은 소멸하고, 국방부와 기무사의 진실공방 프레임만 부각되고 있다. 코너에 몰린 기무사의 국면전환용 잽이 정타로 들어간 듯해 보인다.

혹자는 궁지에 몰린 기무사의 국면전환 시도를 바라보면서 전 정부의 우병우 민정수석이 떠오른다고 평할 정도다.

우병우 전 수석은 자신의 비위를 조사하던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에게 기밀 유출 혐의를 씌워 위기를 탈출한 바 있다. 이른바 프레임 전환을 통한 위기 탈출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민 대령은 전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송 장관이 7월 9일 간담회에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며 문제 삼았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송 장관이 이를 부인하자 민 대령은 “당시 간담회 내용은 운영과장이 PC에 쳐서 기무사에 보고했다. 그 내용이 다 있다”며 “7월 9일 보고한 문건”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이어 ‘그 문건을 제출해달라’는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의 요구에 “제 직권으로는 할 수 없고 상부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5일 병무청과 방위사업청 업무보고를 위한 국방위 전체회의가 산회한 후 해당 문건을 직접 국회로 가져가 여야 국방위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용의 본질을 떠나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진실공방 프레임]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파문에 들씌워진 셈이다.

이날 국방위원들은 해당 문건을 통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국방부 부처 내 주요직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기무사 보고 내용을 확인했다.

문건에는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이 간담회 당일 회의에 참석해 송 장관의 발언을 자필 메모한 후 PC로 작성해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보고한 내용이 담겼다.

문건에서 송 장관은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장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고 여야 의원들은 전했다.

▶문제는 ‘진실공방 프레임’ 통한 논점 비틀기=그런데 문제는 송 장관의 발언이 위수령 관련 발언이라는 것이다.

위수령은 육군 부대를 해당 지역 치안 유지에 동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통령령이다. 위수령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장 요청에 따라 군이 발동하며, 지난 2016년 탄핵정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 시 촛불집회 진압 등의 목적으로 군이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령과 달리 국회 동의 없이 육군 부대를 치안 유지에 동원할 수 있다는 점, 국민의 인신구속이 가능해 헌법상의 국민 기본권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위수령 관련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이 있어야 발동될 수 있어 현실적으로 발동될 가능성은 희박했던 게 사실이다. 또한 유명무실화된 위수령에 대해 국방부는 폐지 방침을 굳히고 오는 8월 13일을 기한으로 위수령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3월 군인권센터가 촛불집회 진압 등을 목적으로 한 군의 위수령 발동 검토 사실을 폭로했지만, 이 문제가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고 금새 잠잠해진 것도 현실적으로 위수령 발동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송 장관이 부인하고는 있지만 위수령 관련 발언을 만에 하나 했다고 해도 큰 파장을 일으킬 여지는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송 장관의 위수령 관련 발언을 놓고 현재 큰 논란을 빚고 있는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교묘히 연결짓는 듯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수개월 전 폭로된 이후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던 위수령 논란이 현재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계엄령과 동급으로 다뤄지는 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국방위 자유한국당 간사이자 한민구 전 장관 재임 시절 국방부 차관을 역임한 백승주 의원은 이날 한 언론에 “문건에 드러난 송 장관의 인식은 위수령과 계엄 검토 문건이 아주 심각하고 위험한 문건이라는 정부 여당의 인식과 배치된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위수령이 문제가 없다고 한 송영무 장관의 발언에 계엄령을 얹어 마치 송 장관이 계엄령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한 것처럼 대중에게 인식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기무사 고강도 개혁 추진’ 송영무 장관에 기무사 최후의 저항?=기무사령부가 하극상 논란마저 불사하고 송영무 장관과 진실공방 논란 등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정국은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에 대한 수사 문제로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전날 민병삼 대령의 폭로성 이벤트로 순식간에 기무사 관련 진실공방 프레임으로 대중의 관심은 급속히 옮겨가는 형국이다.

만약 기무사 측이 진실공방 프레임을 통해 장관에게 흠집을 내거나 여론의 지지를 얻을 경우, 기무사의 모종의 시도는 성공하는 셈이다. 또한 군의 계엄령 문건 관련 수사도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무사의 프레임 전환 시도에 대해 곤경을 벗어나기 위한 고도의 술수로 해석한다.

프레임 전환은 역대 기득권 세력이 곤경에 처했을 때 모면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송 장관은 그동안 기무사의 정치개입 금지, 민간사찰 금지, 특권의식 근절 등 3가지 방향으로 기무사의 고강도 개혁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현재 장영달 위원장 등 13명이 참여한 기무사 개혁위원회를 별도로 가동 중이다.

송 장관은 필요할 경우 기무사의 간판을 떼어내고 소속을 변경하는 등 부대 해체 수준의 근본적인 조정 방안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군 내부에서는 이번 기무사의 하극상 진실공방 프레임에 대해 ‘송영무 장관 vs. 기무사의 한판 대결’로 보기도 한다. 전두환, 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을 배출하며 약 70여년간 군 내부 권력 중의 권력으로 군림해 온 기무사가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다.

부대 해체 수준의 고강도 개혁에 직면한 기무사의 저항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국방부가 스스로 기무사의 진실공방 프레임에 넘어가 연속해서 악수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25일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내용의 기무사령부 보고서에 대해 “그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또 부인했다.

국방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오늘 국회 국방위에 제출된 이른바 국군기무사령부 보고서 내용과 관련, 송영무 장관의 기무사 관련 언급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민병삼 대령(100기무부대장) 자신이 장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하여 사실이 아닌 것을 첩보사항인 것처럼 보고하는 행태는 기무 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가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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