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력·기술력 동시에 필요
대기업은행 허용 논란 촉발
‘금융그룹통합감독’과 상충
케뱅·카뱅 지배구조도 오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한동안 잠잠하던 은행과 산업자본 분리원칙 완화를 다시 꺼내 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앞장을 섰다. 이대로 두면 이미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은 ‘메기’가 아닌 ‘미꾸라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냈다.
은산분리 완화 주장의 요지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은행에 핀테크 혁신을 일으켜 소비자혜택을 증진시키고, 금융산업의 발전을 꾀하자는 데 있다. 은행의 이자장사와 귀족노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소유제한을 완화시키자는 논리다.
은산분리 반대 입장은 대기업 은행 돈을 모기업으로 빼돌리는 것은 물론 각종 정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자본이 소유하는 인터넷은행이 핀테크의 필수요건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알리바바나 아마존 같은 외국의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얻어 사실상 은행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아무리 인터넷은행이라도 적게는 수 천억 많게는 조 원 단위의 자본이 필요하다. 국내 ICT 기업 가운데 이를 감당할 만한 곳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또는 KT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정도다. 대부분이 정부의 대기업 관련 규제를 받는 곳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 방침을 밝혔다. 금산 복합그룹의 각종 위험을 금융당국이 종합적으로 감독하겠다는 내용이다. 요약하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간의 결합이 금융회사에 미칠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위험관리’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결국 그 바탕엔 금융과 산업은 분리돼어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있다.
은산분리 완화는 금산분리 철학과 충돌한다. 은행업은 신용카드와 할부금융 등을 망라한다. 금융투자상품과 보험상품도 팔 수 있다. 자회사로 모든 종류의 금융회사를 거느릴 수 있다. 사실상 금융업 관련 종합면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영위사업을 제한할 수 있지만, ‘절름발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출범한 두 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의 현실도 애매하다. 일부 수수료 부문에서 큰 변화를 이끌었지만 중산층 이하 서민을 위한 금융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새로운 신용평가 잣대도 제대로 도입하지 못했다. 가계 빚을 줄여나가려는 게 정부 정책인데, 인터넷은행의 주력이 가계대출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규제 탓에 제 역할을 못한다고 항변한다. 그런데 입법기관인 국회를 건너뛴 채 정부 의지만으로 ’무법출범‘한 과정은 사실 기형적이다. 인터넷전문은의 법적 지위는 ‘일반은행’이다.
한편 케이뱅크는 사실상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곳들이 주요 출자자다. 이른바 ‘오너 총수’가 없는 곳들이 많다. 카카오뱅크는 처음으로 대기업 오너 총수의 은행 소유를 인정한 사례다. 카카오은행은 은산분리 완화 없이도 금융주력자인 한국금융지주 산하 은행으로 얼마든지 몸집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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