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못지않은 채권의 매력
KIC 美메릴린치 20억불 투자
10년만에 회수…수익률 0.38%
최근 해외투자가 많이 늘었다. 그런데 요즘 글로벌 경제가 심상치 않다. 자산관리 전략을 재점검할 때다. 그 동안 자산시장을 지탱해 온 두 개의 기둥, 즉 저금리와 저유가가 흔들리고 있다. 유가가 뛰면 물가상승으로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란과 이스라엘 등 중동 불안으로 유가가 치솟으면 셰일가스가 풍부한 미국에 이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오로지 미국이다. 미국 외 지역의 희생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신흥국에서는 경제위기 조짐이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해외자산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와 국민연금의 성과는 투자전략에 참고할만 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맡긴 달러를 운용하는 ‘국부펀드’ KIC는 17일 지난해 운용성과를 공개했다. 두 가지가 주목할만하다.
먼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뜬금없이’ 20억 달러를 투자했던 메릴린치 주식을 결국 10년간 0.38%라는 ‘참담한’ 수익률로 회수했다.
다음은 지난해 해외주식 투자로 무려 25.5%의 수익률을 거둔 점이다. 엄청나게 잘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비교지표(BM)인 MSCI지수 대비 122 bp(1%포인트=100bp) 높을 뿐이다. 전년에 BM대비 -231bp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부 만회‘ 정도다.
국민연금도 지난해 해외주식 투자로 24.8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환보유고’ 관리가 임무인 KIC는 달러로만 성과를 표시하지만, 국민연금은 원화로 환산한다. 원화기준 국민연금의 지난해 해외주식투자 수익률은 10.68%로 줄어든다. 연초 1200원이 넘던 환율이 1070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작 KIC의 실력을 평가할 부분은 채권이다. KIC는 지난해 해외채권투자로 연 8%의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수익률 3.37%에 그쳤다. BM 초과 정도도 KIC는 72bp지만, 국민연금은 30bp다.
KIC와 국민연금에서 세 가지 정도 해외투자의 팁(tip)을 배울 수 있다.
첫째 환율의 위력이다. 환율은 변동성이 커 위험하지만, 웬만한 자산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환율은 국가경제의 기초체력(fundamental)과 비례한다.
두번째는 장기투자에서 채권의 매력이다. KIC의 최근 5년 수익률은 주식 10.15%, 채권 1.32%다.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는 4.07%, 4.14%로 차이가 좁혀진다. 채권투자는 금리가 ‘충분히’ 높아진 때 가장 유리하다. 국민연금도 1988년 이후 누적수익률은 주식 8%대, 채권 4%대다. 상대적 위험도를 감안할 때 채권이 주식에 비해 결코 허름하지 않다.
세번째는 해외주식 투자의 낮은 매력이다. 최근 3년 국민연금 주식 수익률은 국내 11.58%, 해외 9.21%다. 1988년 이후 누적수익율은 8.37%와 8.42%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보와 환위험을 감당할 정도의 차이는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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