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평가 전환 꼭 필요했다면
지배력 상실 요건도 밝혔어야
콜옵션 약정 체결시기도 의혹
삼성바이로직스(이하 로직스) 회계처리 논란이 뜨겁다. 금감원과 삼성의 대립에 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시각차를 드러내면서다. 여전히 논란의 핵심은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지분에 대한 미행사 콜옵션을 왜 반영했는 지와 기업가치를 너무 부풀린 게 아니냐다. 하지만 ‘결정적 증거(smoking gun)’로 경영상 중요한 계약을 사전에 충분히 밝히지 않은 사실이다.
삼성 측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가 플러스(+)가 된 상황에서의 시가평가 전환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한다. 시가평가 전에 옵션가치가 ‘플러스’ 전환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은 앞뒤가 조금 안 맞는다. 그래도 신약개발 등이 성공하면서 누가 봐도 플러스가 분명해 보이는 상태였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오히려 핵심은 기업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52% 경영권’과 ‘공동경영’ 조건을 미리 밝히지 않은 데 있다.
2014년말 로직스는 자본 6307억원, 부채 7250억원이다. 2015년말에는 자본 2조7748억원, 부채 3조1857억원이다. 이 기간 세전손익이 997억원 적자에서 2조4881억원으로 급증했지만, 부채 역시 2조4607억원이나 불어났다. 당기손익인식 금융부채가 1조8204억원 늘어난 탓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시가보다 싼 값으로 지분 50%-1주를 확보하면 로직스가 그만큼 보유주식을 싸게 넘겨 손해를 봐야해서다.
로직스는 2015년 초에 공개된 2014년 감사보고서(주석28-1)에서 주주간 약정으로 바이오젠이 에피스 지분 49%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는 밝혔다. 하지만 행사가격 등 우발채무를 가늠할 정보는 누락했다. 특히 52%를 가져야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핵심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49% 지분 확보 후 동수의 이사구성 조건 역시 감췄다.
통상적으로 지배력은 의결권 과반(50%+1주)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과반 미만 지분률을 약속한 콜옵션만으로는 지배력 상실과 그에 따른 회계기준 변경을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삼성은 이전 프랑스 토탈과의 합작 시에는 정확히 동수의 지분율을 갖췄고, 이에따라 삼성토탈을 공동기업으로 회계처리했다.
삼성이 먼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콜옵션 약정의 체결시기와 배경도 살펴야 한다. 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사실을 밝힌 감사보고서는 2014년분부터다. 그 이전에 약정을 체결했는데 밝히지 않았다면 중대한 우발채무 사항을 누락한 게 된다. 2014년에야 약정을 맺었다면 채 1년도 안돼 막대한 채무가 발생할 계약을 맺은 게 된다.
금융당국은 감사보고서 주석 등을 통해 우발채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동안 분식회계 판정을 받은 기업들 상당수가 우발채무 요건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중징계를 받았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