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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금융그룹 통합감독 ‘무법’금융 안되려면
MB정부, IB 키운다며 무법증자
朴정부, 인터넷은행에 무법면허
지배구조 갈등도 법근거 부족탓
혁신 성공하려면 법제화 선행을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회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육성한다며 증권사들에게 자본확충을 요구했다. 하지만 요구 당시 종합IB 관련 자본기준은 법제화가 안된 상황이었다. 증권사들은 법적 근거 없이 ‘구두’지시에 의해 많게는 조(兆) 단위, 적게는 수 천 억원의 증자를 단행했다. 사실상 ‘무법(無法)’ 증자다.

그나마 후에 자본시장법에 자본기준 근거가 마련됐지만 현재 국내 증권사 가운데 IB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 한 곳 뿐이다. 다른 대형증권사들도 자본기준은 충족했지만, 이런 저런 다른 이유로 인가가 지연되고 있다. 물론 자본 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증권사들의 책임도 있지만, 인가기준이 이리 까다로울 줄 알았다면 법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굳이 자본을 확충한 게 억울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는 금융시장의 ‘메기’를 키우겠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내줬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법적 개념이 아니고 현행 은행법과 은행지주법에 ‘은산분리’ 원칙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에도 ‘법이 바뀌면 된다’며 종합은행 면허가 발급됐다. 역시 ‘무법’ 발급이다.

카카오뱅크는 ‘법이 개정되면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며 주주들끼리 계약을 맺었고, 금융위도 이를 용인했다. 카카오뱅크에서는 국내 최초로 총수있는 대기업집단인 한국금융지주가 지배주주에 올랐다. 그 동안 단 한번도 적용되지 않았던 법적 예외규정이 한국금융지주에 적용됐다. 현재 정부와 여권은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이다. 한국금융지주만 그 동안 그 어떤 총수도 갖지 못한 은행 소유권을 얻게 됐다.

25일 금융감독원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위한 6가지 그룹리스크 주요 유형을 제시했다. 그런데 현재 불법은 아니고, 시각에 따라 경영상 필요한 측면도 인정할 만 하다.

자사주를 활용한 교차출자는 지배력 강화지만, 달리 보면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차입을 통한 자본확충 역시 현재 버젓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증권을 ‘차입’으로 해석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자회사 외부주주 비중을 낮다는 지적도 현행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한도(상장 30%, 비상장 50%)와 부딪힌다.

내부거래 의존도에 대한 지적 역시 애매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내부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총수 일가가 아닌 회사 이익이라면 계열사간 거래를 심하게 제약하는 것도 자칫 사업기회 제약으로 주주이익에 반할 수 있다.

금융계열사를 동원한 계열사 지원 역시 현행법에서는 한도를 정하고 있지만 아예 금지하지는 않다. 금융회사에서는 자산운용이 핵심이다. 아무리 유망한 주식이라도 계열사라면 투자하지 말아야 할까?

금감원은 이 같은 유형에 ‘인지’ ‘평가’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란 것도 말란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혁신을 정책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경제 혈관으로서의 생산적 금융, 소비자 입장에 선 포용적 금융 등이다. 아울러 경제정의 차원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역시 금융을 통해 이루려 하고 있다. 손쉬운 가계대출로의 쏠림, 공급자 중심의 금융산업 구조, 제왕적 총수권한 등은 모두 문제다. 혁신의 필요성에는 국민 상당수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이 훌륭해도 법령으로 명분화되어야 정책이다. ‘촛불시민혁명’이 평가 받는 이유는 법적 절차를 착실히 밟아서다. 금융정책 수장이 “법 개정 전이라도 하라”라고 몰아세우던가, “들여다 보겠다”며 겁을 주는 것은 행정부나 감독기관의 몫이 아니다.

올초까지 금융당국과 대형 금융지주들이 지배구조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배경도 따지고 보면 ‘금융회사 지배구조 법률’의 헛점 때문이다. 법에 헛점이 있으면 그 구멍을 메워여지 감독당국의 권위로 피감기관들을 짓누르려다보니 일이 커졌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침이 성공하려면 명확한 법령이 확립돼야 한다, 다른 법령과 상충되지는 않는 지도 살펴야 한다. 아울러 경영의 자율성을 훼손하지는 않을 지도 한번쯤은 깊이 고민해봤으면 싶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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