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국-인도-터키에 ‘현존 세계 최강 방공망’ 트리움프 수출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에 지난해 4월 미군의 사드가 배치된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판 사드를 수입하는 등 동북아 방공망 주도권을 놓고 미국, 러시아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미사일 개발 경쟁이 1라운드였다면, 2라운드는 핵미사일 요격 능력 대결이다. 미국이 최신예 요격미사일 사드를 미국 본토와 한국 등에 배치하자, 러시아판 사드가 중국에 대거 수입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미사일 방공 분야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펼쳐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은 경북 성주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을 한국 정부로부터 공여받고, 그 자리에 지난해 4월 주한미군 사드 기지를 구축했다. 한국 정부는 남양주의 한 국방부 소유 부지를 롯데 측 골프장 부지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땅을 확보했다.
미군 사드 운용 장면 [사진=록히드마틴 홈페이지] |
[사진=록히드마틴 홈페이지] |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미군 장병들의 숙소가 됐고, 골프장의 18홀 코스에는 사드의 핵심 장비인 X-밴드 레이더(AN/TPY-2), 요격미사일 발사대, 사격통제소가 구축됐다.
성주 골프장에는 현재 사드 1개 포대가 들어와 있다. 사드 1개 포대는 약 1조5000억원, 요격미사일 1발은 약 110억원으로 알려졌다.
사드 1개 포대는 레이더 1기, 통제소 1개소, 발사대 6기, 요격미사일 48발(발사대 1기당 8발)로 이뤄진다. 요격미사일 최대 사거리는 200㎞이며, 길이 6m, 무게 900kg, 직경 34cm로 최대 속도는 마하 8로 알려졌다. 고도 40~150㎞ 범위의 목표를 요격미사일이 직격하는 ‘힛투킬’ 방식을 쓴다.
사드 레이더는 사전탐지 목적의 조기경보용 FBR(전진배치모드)과 TM(종말요격용) 등 2가지로 운용된다.
탐지거리는 FBR이 2000㎞, TM이 600㎞ 내외로, 중국은 한국 사드 레이더가 FBR이라며 철수를 요구하고 한국과 미국은 TM이라며 설득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사드 레이더는 TM과 FBR의 전환이 몇 시간이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의 정기간행물 ‘2017 스트래티직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최대 1000㎞를 탐지할 수 있다. 북한 전역은 물론, 중국 동북 3성도 탐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美, 본토-괌-주한미군 기지에 사드 배치…UAE에는 사드 판매=현재 미군 사드 포대는 미국 본토에 4개, 괌과 한국에 1개씩 구축돼 있다고 한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 육군항공 미사일방어사령부 기지에 2008년 첫 설치됐고, 2009년 같은 곳에 두 번째 포대가 배치됐다. 오클라호마주 포트실 공군기지에 훈련용 2개 포대, 태평양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1개 포대가 있다.
미국 외 사드 수입을 결정한 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유일하다. 지난 2011년 사드 2개 포대를 2조1500억원(19억6000만달러) 가량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에 사용되는 AN-TPY-2 레이더만 설치한 나라는 일본, 이스라엘, 터키, 카타르다.
일본 혼슈섬 샤리카, 교가미사키 기지에 각 1대씩 설치돼 있고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 1대, 터키 퀴레식 공군기지에 1대, 카타르 중부사령부에 1대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는 미군이 지난해 4월6일 미 공군 C-17 수송기에 사드 장비를 실어 들여왔고, 4월26일 발사대 2기를 성주 골프장에 배치했다. 5개월 후인 9월 7일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해 미군기지의 사드 1개 포대를 완성했다.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일환인 사드가 한국 내 미군기지에 배치되면서 중국 정부는 러시아판 사드를 수입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러시아가 저고도 순항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는 최첨단 요격체계 트리움프(S-400)를 중국에 보냈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S-400 [사진제공=연합뉴스] |
중국 JY-26 극초단파 레이더 [사진=바이두 캡처] |
중국은 러시아산 트리움프를 수입한 첫 번째 국가로, 트리움프 대대 분량(3개 포대) 수입에 30억달러(약 1조1600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사드의 3분의 1 도 안 되는 가격이다. 1개 포대에는 사격통제소, 발사대 8기, 레이더 등이 포함돼 있다.
트리움프 1개 포대에는 8대의 이동식발사차량(TEL), 1개의 TEL엔 4개의 발사관이 설치돼 있다. 1개 발사관에는 장거리 미사일 1기, 단거리 미사일 4기가 장착될 수 있다. 1개 포대는 32기의 장거리 미사일을 운용하는 셈이다.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트리움프는 군사학계에서 세계 최강의 방공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거리는 40~400㎞로 사드(200㎞)를 훌쩍 뛰어넘는다. 트리움프 레이더는 100개 표적을 추적, 동시에 6개를 격추할 수 있고, 트리움프 요격미사일 최대속도는 마하 12(사드 8), 레이더 탐지범위는 최대 700km(주한미군 사드 레이더 1000㎞)로 알려졌다.
트리움프의 요격미사일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30㎞ 이하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 미사일과 전술탄도미사일, B-2 폭격기, F-35 전투기 등 스텔스기까지 격추할 수 있다.
▶러시아는 중국, 인도, 터키에 트리움프 수출=중국은 수입한 3개 포대 중 1개는 대만을 겨냥해 푸젠성에, 1개는 한반도를 겨냥해 산둥 반도와 랴오둥 반도에 배치할 예정이다.
중국군이 쓰던 기존 S-300은 대만 북부지역만 탐지 가능했으나, 이번에 배치되는 신형 트리움프(S-400)는 대만 전역과 대만 공군의 모든 군사적 움직임을 커버하게 된다. 산둥반도에 트리움프가 배치되면 한국 전역과 주한미군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중국에 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리움프는 미국 등 서방 진영에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다. 러시아는 앞서 시리아 내전에 군사개입하면서 트리움프를 배치해 미국 등에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한편, 중국에 이어 인도, 터키도 트리움프 수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힌두스탄타임스는 인도가 오는 10월 러시아산 트리움프 수입 계약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라고 지난 5일 보도했다.
신문은 인도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인도는 10월 뉴델리에서 열리는 인도-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이 계약이 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약 규모는 3900억루피(약 6조3500억원)로 추정된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6년 10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S-400 도입에 합의한 바 있다.
인도는 원자력발전소와 정부기관 등 핵심시설 방어와 파키스탄, 중국 등의 핵미사일 방어에 트리움프를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미국산 F-35와 러시아산 트리움프 수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터키 정부는 F-35와 트리움프 수입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누레틴 자니클리 터키 국방장관은 지난달 27일 국영 아나톨루 통신을 통해 “터키는 수 년 내 F-35를 인수할 것”이라며 “트리움프 수입과 관련이 없다”며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미국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가 러시아제 트리움프를 구매하면 나토 무기체계와 호환 문제가 생긴다며 터키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리움프 구매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말 터키는 트리움프를 25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 수입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터키가 트리움프를 구매하는 첫 나토 국가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터키는 F-35 100대 구매 계획을 세우고, 2대를 우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첨단 스텔스기 F-35 개발 및 제조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인 미국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우방국 다수가 비싼 가격 등의 이유로 F-35 구매 의사를 철회한 상황에서 터키의 구매 제안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