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본사 연구개발 소모성비용만 부담한 셈
신차ㆍ개량모델 15~20개 개발가능한 액수
매출원가 높여 적자내면서 판관비율은 낮아
15년 중 9년간 적자...법인세도 거의 안 내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한국GM이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지출한 연구개발비 비용이 7조2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수만 따지면 비용부담이 매출규모가 3배 이상 큰 기아차 수준이다. 신차 15개는 개발했을 정도의 비용을 지출했지만, 한국GM이 확보한 무형자산은 ‘0원’이다.
2002년 GM의 대우차 인수 이후 2016년까지 15년간 연결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GM은 총 7조2026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 통상 연구개발비는 판매관리비와 제조경비 등의 지출성 비용과, 무형자산으로 분류되는 개발비로 나뉜다. 한국GM은 본사로 지출한 연구개발비를 100% 비용으로 인식했다. 미국 GM이 연구개발 활동을 하는 데 소모성 비용을 모두 한국GM이 부담한 모양이 된다. 그만큼 미국 GM은 연구개발비 가운데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같은 기간 기아차가 비용으로 인식한 연구개발비는 7조3034억원으로 한국GM과 비슷하다. 이기간 기아차는 무형자산으로 처리되는 개발비로 5조7931억원을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차이는 더 확대된다. 한국GM은 15년간 연평균 매출 11조7750억원에연구개발비는 4802억원을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평균 4.08%다.
기아차는 연평균 매출 30조 2088억원에 연구개발비는 평균 8731억원을 지출했다. 매출의 2.89%다. 한국GM 처럼 비용으로 지출한 비중을 적용하면 연평균 매출의 1.61%인 4869억원이다.
통상 일반적인 신차개발에는 2000억원에서 5000억원 가량이 든다. 최대 5000억원을 평균으로 잡아도 지난 15년간 한국GM이 지출한 연구개발비로는 15개 이상의 신차나 개량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GM은 본사의 허가 없이는 단 한대의 차량도 만들 수 없는 처지다.
15년간 한국GM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88,82%다. 판매관리비 비중은 10.72%다, 같은 기간 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은 78.77%다. 판매관리비 비중은 16.37%다.
한국GM의 매출원가 경쟁력은 기아차에 비해 현저히 낮다. 매출원가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원재료 구입비와 인건비 등도 포함된다. 반면 판관비율이 기아차 보다는 낮다는 것은 복지비용 등 주로 국내에 쓰이는 부대비용에 있어서는 한국GM이 기아차보다 인색했다는 뜻도 된다.
한편 기아차는 지난 15년간 세전이익의 21% 가량을 법인세로 냈다. 연평균 1조7017억원 씩, 총 24조8301억원이다. 반면 한국GM은 15년간 1조4203억원의 세전손실을 기록, 법인세 납부액은 4027억원에 그친다.
한국GM은 15년 가운데 9년을 적자를 봤다. 대신 GM 본사는 연구개발비 등 각종 비용을 떠넘기는 방법으로 세금 없이 한국에서 유동성을 회수해 갔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