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도 수년간 세금 피해 실속 챙겨
글로벌전략서 韓 효용가치 이미 다해
부동산 감안하면 청산해도 남는 장사
증자는 철수비용 韓정부 전가 노림수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한국GM이 우리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작 GM 미국 본사는 경영호조로 돈이 넘치고 있다. 한국법인이 주로 생산하는 승용차의 주력 시장인 유럽과 신흥시장에서는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구개발비와 각종 경영비용 등으로 이미 2조원 이상을 빼가 투자금 회수는 끝난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한국GM실사도 큰 의미는 없다. 글로벌 차원의 전략과 사업구조를 살피지 않는한 정확한 실상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철수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중요해 보인다.
한국GM이 자본잠식이지만, 보유 부동산 등의 실제가치를 감안하면 법인을 청산해도 수 조원대의 자산가치가 남을 수 있다. 결국 철수 비용 일부를 산은 등 우리 정부에 떠 넘기기면 GM은 알짜 자산을 팔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 중국 집중해 돈 버는 GM본사=GM본사는 2016년 1357억 달러이던 매출은 지난 해 1456억 달러로 불어났다. 영업현금흐름도 47%가량 불어났고, 세전이익율은 6%대에서 8%대로 뛰어 올랐다. GM 주가도 지난해 10월 45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최근의 조정장에서도 40달러선을지키며 선전 중이다. 지난해 순손익은 적자였지만, 세법 개정과 해외법인 매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다.
GM은 미국에서는 픽업트럭과 SUV에 집중하고, 중국은 합작자회사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유럽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는 발을 빼고 있다. 이 때문에 승용 중심인 한국GM은 설 자리가 별로 없다. 미국 내 전문가들도 “GM의 한국 철수는 시간문제”라는 데 이구동성이다.
▶한국서 철수해도 손해 없다=차입금 이자야 돈을 빌린 대가라고 해도, 연구개발비와 각종 경영비용, 부품판매 등으로 가져간 돈이 투자금(1조원)의 2배가 넘는다. 거래를 빙자한 이익편취는 외국기업들이 세금 없이 돈을 빼가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심지어 한국GM은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부담했지만 이로 인해 형성된 무형자산은 모두 GM본사의 몫이 됐다.
2016년말 기준 한국GM의 자산과 부채는 규모가 비슷하다. 청산하면 남는 돈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GM은 주요 공장부지를 공시지가 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 시세가 반영되면 상당한 재평가 차익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한국 정부 기만하려는 GM=GM은 한국GM에 새로운 차종배치나 생산혁신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GM한국GM이 주로 담당하던 시장에서 GM이 이미 철수를 결정한 상황이다. 팔 곳이 상당부분 없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본토 공장의 가동률을 떨어뜨리며 한국에 새로운 차종을 배치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결국 철수 수순이다.
문제는 철수비용이다. 당장 장부상 부채는 자산을 팔아 충당한다고 해도, 인력 정리 등에 상당한 유동성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새롭게 본사에서 유동성을 지원할 경우 회수가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에 손을 벌렸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돈을 빌려달라는 ‘지원’이 아니라 증자에 참여하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돈을 주되, 회수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돈을 넣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보인다.
▶향후 수순은...유동성 압박→완전철수=GM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의 만기연장을 초단기로 끊어가고 있다. 유동성으로 한국법인과 한국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헙상도 지렛대로 활용하려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정치적 영향력까지 이용하는 게 미국 기업들의 속성이다. 결국 한국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에는 이를 빌미로 부평공장 폐쇄는 물론 한국법인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산은이 실사에 들어갔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그칠 전망이다. 해외 본사까지 살피지 않고는 한국GM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또 GM의 글로벌 전략을 살피지 않고서는 정상화방안에 대한 검증도 불가능하다. 결국 실사는 GM측에 명분만 줄 공산이 크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