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비용 높아지면 증시부담
유동성 효과 클수록 위험해
미국 국채(10년만기) 금리가 4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던 미국 증시가 주춤해졌다. 국내에서도 국고채 금리가 2014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가총액 2000조원 돌파를 이뤄낸 코스피와 코스닥도 일단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최근 전세계적인 증시 랠리는 금리상승 위험을 피해 채권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증시로 향하면서 강도가 세졌다. 이른바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대이동이 일어난 셈이다.
증권사들은 “아직 싸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신흥국 펀더멘털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강해졌고, 유동성은 풍부하며,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경기가 개선되며 기업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해외시각은 조금 다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 증시 경계론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당장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 좀 더 매파적인 통화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 금리 급등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금리 급등은 투자에 있어 ‘원가상승’에 해당한다. 조달비용이 높아지거나, 고객들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는 만큼 투자에는 부담이 커진다.
특히 치명적인 부분은 빚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차입 의존도가 높아졌다. 국내에선 가계 빚이 크게 불어났다. 벌이가 빚을 감당할 수 있다면, 자산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문제는 없다.
당장 증시가 하락반전 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다. 적어도 상반기 동안은 금리상승 위험보다는 글로벌 경기개선의 수혜를 좀 더 누릴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문제는 하반기다.
금리가 어느 정도 오른 상황에서 성장률 전망이나, 기업이익 전망이 둔화되면 차익실현의 욕구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해외에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시장추종 자금이 급증했다.
이들은 시장의 추세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수년간의 상승장에서 이들이 가속패달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많다. 그렇다면 반대의 상황, 즉 조정장에서 일종의 투매가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많이 오른 곳부터 많은 돈이 빠져나갈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유동성이 몰린 자산은 크게 부동산, 가상화폐, 증시 등 3곳이다. 부동산은 실물자산이 기반인데다, 주요 차주들이 이른바 ‘부자’들이다. 가상화폐는 최근 정부의 단속이 심해지고 있다. 결국 서민들이 몰리는 곳은 증시, 특히 코스닥이다.
시가총액 1700조원의 코스피 보다 330조원의 코스닥 거래대금이 더 많은 날이 잦아지고 있다. 돈 빌려 투자하는 신용용자 잔고도 사상최고수준인 11조원 대를 기록 중인데, 코스닥 비중이 더 크다.
신용융자는 고금리다. 오래 쓸 수 없다. 코스닥을 이끌고 있는 바이오 주들은 이미 정상적인 밸류에이션 잣대를 넘어서고 있다. 코스닥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시작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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